靑 “임신중절 실태조사” 낙태죄 공론화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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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법제 국가-남성 책임 빠져”… 조국, 23만명 ‘폐지’ 청원에 답변

청와대가 2010년 이후 중단됐던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8년 만인 내년에 재개하겠다고 26일 밝혔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도입이 필요하다’는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한 공개 답변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다만 낙태죄 재개정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이 진행되는 만큼 헌재 논의를 지켜보며 추후 결정하겠다는 유보적인 답변을 내놨다.

조 수석은 청와대 페이스북 동영상을 통해 “오늘은 ‘낙태’라는 단어 대신 ‘임신중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겠다”고 전제한 뒤 “내년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통해 현황과 사유를 정확히 파악해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헌법재판소가 (2012년에 이어) 다시 한 번 낙태죄 위헌 법률 심판을 다루고 있어 새로운 공론장이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헌재 심판에 따라 낙태죄 재개정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 관련 청원은 청와대가 제시한 답변 의무 기준선(20만 명)을 넘어 23만 명의 ‘추천’을 얻었다. 청와대가 국민청원에 공개 답변한 것은 ‘소년법 개정 처벌 강화’에 이어 두 번째다.

조 수석은 “처벌 강화 위주 정책으로 임신중절 음성화, 불법 시술 양산, 해외 원정 시술 등의 부작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행 법제는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 있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여성단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낙태죄의 부작용을 일부 인정한 것이다.

정부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임신중절 추정 건수는 한 해 16만9000건에 달하지만, 합법 시술은 6%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러나 임신중절로 인해 실제 기소되는 규모는 한 해 10여 건에 그쳐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상당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80%인 29개국에서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해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그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하나만 선택하는 제로섬 게임으로는 논의를 진전시키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신중절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한 것을 언급한 조 수석은 “태아 대 여성, 낙태 전면금지 대 전면허용 등 대립 구도를 넘어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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