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기업인 모조리 조사… 중소업체들 줄도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中 대북제재 고삐]“北에 수출 많이 한다고 잡아가”
美제재 대상 넘어 전방위 단속… 제2, 제3의 훙샹그룹 나올수도

“조선(북한)과 무역하기가 무척 어려워졌습니다.”

단둥 지역의 중국인 대북 기업가 A 씨는 26일 본보 및 채널A 취재진과 만나 “중국 정부의 대북 제재로 북한에서 중국으로 물품을 들여오지 못해 북한 내에 소유한 공장이 사실상 운영이 중단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대북 제재 품목이 아니더라도 북한에 물품을 많이 수출한다는 이유로 중국의 대북 기업을 단속해 처벌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A 씨 주변에서는 대북 수출을 많이 했다는 이유만으로 여러 명이 조사받거나 체포됐다. 일부는 “돈 벌러 가는 사람들을 왜 막느냐. 중국 사람을 왜 제재하느냐”며 중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시할 정도였다. 그는 “단둥 조선족기업가협회 간부인 (중견) 대북 기업 대표도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나 외부 접촉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에 강하게 반대하는 중국이 6월 미국이 제재 명단에 올린 다롄국제해운 대표를 조사하고 있는 것은 대북정책의 중요한 변화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의 조사는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그치지 않고 중국 내 대북 거래 기업 전반으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단둥훙샹(鴻祥)그룹 마샤오훙(馬曉紅) 회장 체포가 일회성이 아니라 중국의 북-중 무역 관련 기업 전체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북 소식통은 “최근 미국 재무부가 제재 대상에 올린 단둥둥위안실업 쑨쓰둥(孫嗣東)도 중국 정부가 조사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대북 거래하는 중국인 가운데 중국 당국의 조사를 안 받은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자국 기업을 조사하면서 북한과의 거래 과정에서 밀수 등 국내법을 어긴 사실이 있는지를 조사 명목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독자 제재 압박에 밀려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른 소식통은 “단둥이 포함된 랴오닝(遼寧)성에만 약 300곳의 대북 거래 기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중국의 조사 및 처벌에 따른 영향으로 중소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중 무역의 거점인 단둥에서는 신의주 여행을 독점하는 G여행사 왕모 대표가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G여행사는 신의주 지방의 대형 위락시설 건설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항을 운영하는 르린(日林)그룹 왕원량(王文良) 회장도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다가 도피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중국의 대북 거래 기업 상당수가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대북 기업 전체가 북한과의 거래에서 움츠리는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중국이 자신의 방식으로 북한을 서서히 조이는 효과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규모가 큰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세컨더리보이콧(제3자 제재) 금융제재 대상이 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에 대북 거래를 자제하거나 아예 손을 떼려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단둥=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정동연 채널A 특파원
#훙샹그룹#중소업체#도산#평양고려관#대북제재#비자연장#북한#통행허가증#중국#단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