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며 나누는 80대의 ‘청춘살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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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동 마을공동체 사업 호평

올 7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열린 청춘살롱 ‘초복맞이 복달임 행사’에서 어르신들이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사업 중 하나인 청춘살롱은 노인을 지역 발전의 당당한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청춘살롱 제공
올 7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열린 청춘살롱 ‘초복맞이 복달임 행사’에서 어르신들이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사업 중 하나인 청춘살롱은 노인을 지역 발전의 당당한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청춘살롱 제공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24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 형편이 어려운 주민을 위해 열린 김장 나눔행사에서 어르신 6명이 대파를 다듬으며 신명나게 아리랑을 불렀다. 구부정한 허리와 하얀 머리칼, 모두 여든이 넘은 ‘청춘살롱’ 회원이다. 이들은 김장 재료 손질로 손톱이 시커멓게 되는 것도 잊은 채 “항상 도움만 받았는데 이렇게 의미 있는 활동에 동참하게 돼 기쁘다”며 웃었다.

○ 지역·청년·노인, 모두가 함께하는 ‘청춘살롱’

24일 마포구 서교동의 한 식당에서 청춘살롱 어르신들이 김장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4일 마포구 서교동의 한 식당에서 청춘살롱 어르신들이 김장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는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제1회 서울마을주간이 열린다고 26일 밝혔다. 서울 마을공동체 6년의 성과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풀뿌리 시민주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지역 발전을 위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2012년 마을공동체 조례가 만들어지고 종합지원센터가 문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서울마을주간에서 청춘살롱은 모임 분야의 상을 받는다. 마포구 성산동 주민 6명이 제안한 청춘살롱은 지난해 9월 시작됐다. 집 안에서 TV를 보거나 경로당에서 쉬는 것이 일상인 노인들에게 삶의 의미와 활력을 찾도록 도와주자는 취지다. 저녁에만 영업하는 호프집을 빌려 매주 수요일 낮 시간에 노인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지원했다.

지역주민의 재능기부를 적극 활용했다. 인근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책방 주인, 의사, 풍물패, 미술 전문가 등이 무료로 강의했다. 후원금을 내놓거나 간식, 음식 등을 기부하는 주민도 여럿 생겨났다. 매주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금전적 보상을 받지 않는다.

처음에는 자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낯설어하던 어르신들도 이내 적응했다. 매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지역주민과 교류하며 청춘살롱을 즐기기 시작했다. 허리에 ‘복대’를 차고 유모차를 끌고 오는 어르신도 생겨났다. 매번 25명 정도가 60m² 규모의 청춘살롱 수업이 열리는 호프집을 찾는다.

○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경험에 만족

어르신들은 마을 축제에도 직접 참여했다. 올 6월 열린 ‘성미산마을축제’에서 어르신들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가 연극으로 공연됐다. 어르신들 자신이 주인공이 됐다. 박앵화 씨(81·여)는 “내가 언제 이런 연극 같은 걸 해보겠나. 평생 처음 하는 경험이라 떨리기도 했지만 너무 신이 났다”고 말했다. 청춘살롱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젊은 세대에 부담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의 일원이 된 것에 감사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날 김장 나눔행사에 동참한 어르신들도 같은 심경을 밝혔다.

어르신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자 일상 속에서 자신감도 커졌다. 어르신들이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봉사자를 초대해 식사 대접도 한다. 과거에는 불만이 있으면 말할 곳이 없어 답답해하는 어르신이 많았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청춘살롱을 찾는다.

청춘살롱을 기획하고 운영 중인 홍성희 씨(46·여)는 “노인들이 갈 곳 없고 놀거리도 없다보니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노인들을 포함한 소외계층 모두가 당당한 마을 구성원으로서 함께 어울리는 마을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성산동#마을공동체#청춘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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