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폭 놀이터 된 페이스북과 유튜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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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조직 자극 수단으로 악용… 페이스북 “보안인력 2배로 확대”

일리노이주 시카고, 델라웨어주 윌밍턴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가 범죄를 촉발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어 수사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셜미디어가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특성 때문에 분노한 세력이나 범죄 조직의 범행을 촉진하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윌밍턴이나 텍사스주 댈러스에서는 조직폭력배들이 경쟁 조직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도구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다. 댈러스 경찰은 올해 초 소셜미디어에서 폭력단체들이 서로 언쟁을 벌이다가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에 “한번 붙어보자”며 결투 장소를 올린 증거를 발견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3대 도시로 꼽히는 시카고는 ‘소셜미디어발(發) 범죄’가 만연한 도시가 됐다. 시카고 경찰청은 “소셜미디어에서 불거진 분쟁 중 정말 많은 사건이 총격전으로 끝난다”고 WSJ에 설명했다.

시카고 폭력조직들은 페이스북 라이브나 유튜브에 상대 조직을 비방하는 ‘디스 랩’을 현란하게 부르며 총을 휘두르는 영상을 올린다. 시민단체 선샤인 가스펠 미니스트리스의 도널 윌리엄스 씨는 “폭력에 가담한 래퍼들은 경쟁 조직원의 유해를 태웠다는 식으로 자극적인 랩을 불러 승리를 뽐내고 이에 피해를 입은 조직은 복수에 나서며 범죄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 기업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페이스북은 WSJ에 앞으로 분노 발언 등을 관리할 보안 담당 인력을 현재 1만 명에서 앞으로 2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4일 ‘소셜미디어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라는 커버스토리에서 “소셜미디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보를 정확하고 손쉽게 전달해 정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기대됐지만 오히려 유해 정보라는 ‘독’을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미국 대선(지난해 11월) 전후인 2015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사용자 1억4600만 명이 러시아가 만든 잘못된 정보를 접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구글의 유튜브는 영상 1108건이, 트위터는 계정 3만6746개가 러시아의 잘못된 콘텐츠와 연계됐다고 인정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페이스북#유튜브#갱#미국#보안인력#범죄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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