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리한 구속에 대한 잇단 제동과 밀어붙이기 수사 피로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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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51부가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관여 댓글과 관련해 구속된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을 24일 구속적부심에서 석방했다. 같은 혐의로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석방한 지 이틀 만이다. 그동안 구속적부심에서는 피의자가 구속 후 피해자와 합의를 하거나 혐의 사실을 자백하는 등의 ‘사정 변경’이 있을 경우에만 석방 결정이 내려졌다. 영장실질심사의 구속 결정을 정면으로 뒤집는 이례적인 구속적부심 석방 결정이 나온 것이다.

사실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무리한 측면이 없지 않다. 군 사이버사 정치 관여 댓글과 관련해서 직접적인 지시 관계에 있던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도 구속된 적이 없다. 얼마 전 2013년 국가정보원에 파견됐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와 정치호 변호사가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1주일 간격으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다. 검찰은 구속적부심의 석방 결정이 무리한 수사에 대한 피로감이 법원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지난해 말 국정농단 사건은 전 국민의 공분(公憤)을 불러일으켰다. 그 분노를 에너지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의 수사는 거침이 없었고, 그 과정에서 무리수도 적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면서 바통을 이어받은 윤석열의 서울중앙지검은 진행 중인 ‘적폐청산’ 수사만 16건일 정도로 적폐 수사를 밀어붙였다. 그러면서 구속영장 청구를 남발하고 영장전담판사들도 여론의 비난을 의식해 구속영장을 쉽게 발부해준 측면이 없지 않다. 이번 구속적부심 결정은 ‘불구속 수사’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입각해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국가정보원의 특별활동비 유용은 꼭 대통령 상납의 형식은 아니더라도 모든 과거 정권에서 관행으로 있었던 것이다. 전 정권의 국정원장 3명만 콕 집어 이를 문제 삼으니, 형평성 논란과 정치보복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특활비 유용이 잘못된 관행이었다면 그 제도를 고치는 데 역점을 두어야지, 관련자 처벌에 힘을 쏟아서는 안 된다. 이제 정권이 출범한 지도 반년이 훌쩍 지났고, 과거에 매몰되는 적폐 수사도 피로감을 준다. 검찰은 법원이 석방을 결정했다고 반발할 게 아니라 왜 구속적부심에서 영장실질심사의 결정을 뒤집는 결정이 나왔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국정농단 사건#국가정보원의 특별활동비 유용#적폐 수사의 피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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