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 발견 사흘뒤 장관보고…“가족에 통보” 지시도 이틀 묵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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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골 은폐 파문]수습 부본부장 “장례뒤 통보” 제의하자 본부장 동의… 해수부, 보직 해임
김영춘 “지시이행 확인 안한건 불찰… 장관 자리 연연하지 않고 책임질것”
허다윤양 모친 “뼛조각 더 나오면 유전자 확인뒤 공개 부탁했었다”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선체에서 유골이 발견된 사실을 은폐한 것에 대해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23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임명권자와 국민의 뜻에 따라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장관 거취에 대해 쉽게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당장 사퇴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김 장관은 미수습자 5명의 장례와 발인이 끝난 20일 오후 5시쯤 유골 발견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부에는 알리지 않고 “선체조사위와 미수습자 가족에게 알리라”고만 지시한 뒤 상황 점검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해수부는 18일부터 시작된 장례 일정에 혼선을 줄 수 있고 가족들의 심리적 충격이 가중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통보를 늦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체조사위 등에 통보한 시점도 미뤄진 것으로 나타나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자리 연연 안 해”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미수습자 장례가 끝난) 20일 오후 5시쯤 현장수습본부장으로부터 발견 사실을 보고받았다. 지시해 놓고 이틀 동안 확인을 못한 것은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유골이 발견된 17일에 해당 사실을 숨긴 것은 현장수습본부장과 부본부장이 협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수부 감사관은 “(부본부장이) 장례식과 삼우제를 지낸 뒤 통보하자고 제안했고 본부장이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통보를 미룬 이유로 부본부장은 해수부에 “이미 수습된 이들의 유해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장례식을 앞둔 미수습자 가족에게 통보하면 장례 일정에 혼선을 초래하는 등의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부본부장은 “뼛조각이 객실구역에서 나온 자재더미에서 발견됐고 객실에서는 허다윤 양과 조은화 양, 일반인 승객 이영숙 씨 외에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봐 이들 중 한 명의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골이 발견된 다음 날인 18일 오전 목포신항에서 진행된 영결식에 김 장관과 현장수습본부장, 부본부장이 모두 참석했는데도 유골 발견 사실은 보고되지 않았다. 김 장관은 “왜 보고를 안 했는지 모르겠다. 저도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단원고 허다윤 양 어머니 박은미 씨는 “미수습자 가족도 있는데 그분들의 아픔도 있고 우리도 속상하니 뼈가 한 조각 나올 때마다 알리지 말고 모아서 유전자 확인이 되면 그때 발표해도 되지 않느냐고 과거에 부탁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4층 객실에서 나왔으면 다윤이 뼈 중에 빠진 부분일 가능성이 있고 그 때문에 말을 안 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유골 발견 사실을 최초 은폐한 부본부장을 22일, 본부장은 23일 각각 보직 해임했다. 본부장과 관련 인사들은 조사를 좀 더 진행한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 정치권 공세 강화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미수습자 가족과 국민께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안겨드렸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수치스러운 일”이라면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 총리는 “이번 일은 공직사회 곳곳에 안일하고 무책임한 풍조가 배어 있다는 통렬한 경고”라고 강조했다.

야권은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세월호 의혹 7시간을 확대재생산해서 집권했는데 유골 은폐 5일이면 얼마나 중차대한 범죄인가. 그들 주장대로라면 정권을 내어 놓아야 할 범죄”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유골 은폐에 대한 진상규명 결과에 따라 국정조사 실시도 검토하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도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자신이 지휘관으로 있는 정부에서 일어난 은폐 사건에 대해 반성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유근형·송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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