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부패 숙청 여론전도 병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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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차르’ 루웨이 비위, 판결 전 이례적 공개
“시진핑 정적 제거용 조사” 비판 대응도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21일 루웨이(魯위) 공산당 중앙선전부 부부장(장관급)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 홈페이지에 그의 비위 사실을 밝히는 글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전에는 ‘비위로 조사 중’이라고 발표한 뒤 법원 판결이 나기 전까지 일절 언급하지 않던 것과 비교해 이번 조치는 이례적이다.

앞으로 중국 사정 당국은 고위 인사의 비위 문제에서 기율위 조사나 사법 처리뿐만 아니라 사실을 적극 공개하는 여론전도 병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 1기에 반부패 드라이브를 걸면서 고위 공직자 처벌을 정적(政敵) 견제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기율위는 루 부부장에 대한 조사는 올해 기율위 중앙순시조가 3월 6일∼4월 6일 순시 때 적발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22일 평론에서 소개했다. 비위 내용으로는 △시진핑의 주요 지시 사항에 대한 실천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점 △정치적 책임감 부족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의 주요 정책에 대한 실천 부족 등이 포함됐다. 또 ‘소규모 모임’ 문제와 청렴의식 부족 등도 거론됐다. 루 부부장은 2014년 5월∼2016년 6월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주임 겸 중앙선전부 부부장을 지내며 사이버 검열을 주도해 ‘인터넷 차르’로 불렸다.

홍콩 밍(明)보는 23일 그가 조사를 받은 데는 시 주석을 기만하고 분노케 한 것도 작용했다고 전했다. 2014년 11월 시 주석이 참가한 가운데 저장(浙江)성 우전(烏鎭)에서 열린 제1회 ‘세계인터넷대회’를 그는 “세계 각국에서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대회 참석자들이 중국인 해외 유학생이나 중국 내 외국인이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10월 열린 문화행사인 ‘문예공작좌담회’에서는 그가 인터넷 작가 두 명을 추천해 시 주석이 직접 칭찬을 했다. 하지만 이후 두 사람은 실력이 떨어지고 평판도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3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정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우제(無界)신문’에는 ‘충성 공산당원’이라고 밝힌 인물이 시 주석의 퇴진을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됐다. 중앙선전부는 이 소동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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