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월호 유골 은폐, 김영춘 장관은 어떻게 책임질 텐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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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세월호 현장수습본부가 17일 오전 세월호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골을 수습하고도 5일간 은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런 사실도 모른 채 18일 영결식을 치렀다. 세월호 침몰 이후 3년 7개월 동안 시신 수습을 애타게 기다리던 미수습자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류재형 해수부 감사관은 어제 “발견된 뼈가 이미 수습된 희생자의 것으로 짐작한 김현태 수습본부 부본부장이 다음 날 있을 미수습자 장례식에 혼선을 줄 것이라고 판단해 비공개를 지시했다”고 1차 조사 결과를 밝혔으나 믿기 어렵다. 수습본부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감식을 요청한 것이 22일이다. 2, 3cm 정도의 유골만 보고 김 부본부장이 무슨 수로 수습된 희생자의 것이라고 짐작했단 말인가. 유골 수습 사실이 알려지면 추가 수색 여론이 커질 것을 우려해 고의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해수부는 김 부본부장 스스로 책임지겠다며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믿기 어렵다. ‘꼬리 자르기’로 마무리하려는 의혹이 짙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어제 긴급 브리핑에서 (미수습자 장례가 끝난) 20일 오후 5시쯤 현장수습본부장으로부터 발견 사실을 보고받았다며 “수습본부가 이 사실을 미수습자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을 22일에서야 알고 김 부본부장을 보직 해임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20일 오후 5시 이후 김 장관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22일 오후 언론보도가 없었다면 유골 수습 사실과 은폐 사실조차 영영 감출 작정이었단 말인가.

해수부의 유골 수습 은폐는 세월호 선체조사위 특별법 위반 소지도 있다. 특별법 38조와 45조는 “누구든지 위계로써 선체조사위의 직무수행을 방해해선 안 되고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던 이 정부에서 과거 정부와 다를 바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을 납득할 수 없다.

김 장관은 기자회견문에서 “추가 조사를 통해 책임져야 할 사람은 반드시 엄중한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남의 말 하듯 밝혔다가 결국 “임명권자와 국민의 뜻에 따라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물러섰다. 이낙연 총리는 “공직사회 곳곳에 안일하고 무책임한 풍조가 배어 있다는 통렬한 경고”라고 질타했다. 이 총리는 김 장관에게 먼저 책임을 물음으로써 과거 정부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
#김영춘 장관#세월호 유골 은폐#세월호 선체조사위 특별법 위반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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