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소득 8분기째 뒷걸음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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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분배 지수 갈수록 악화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아직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만큼의 온기는 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경기 개선으로 경제성장률은 좋아지고 있지만, 물가 상승률이 반영된 실질소득은 1년 6개월째 뒷걸음질쳤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2인 이상 가구의 실질소득은 439만2000원으로 지난해 3분기(440만3000원)보다 1만1000원 낮아졌다. 벌어들이는 소득 그대로를 표시하는 명목소득과 달리 실질소득은 물가가 반영돼 국민 체감도가 높다.

실질소득은 2015년 4분기 이후 8개 분기 연속 하락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5만1000원) 이후부터는 세 분기 연속 4만 원 이상씩 실질소득이 줄어들었다. 다만 이번 3분기는 낙폭이 작아졌다.

경기 지표가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이는데도 실제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는 것은 물가상승률과 관련 있다. 임금이 오르고 정부가 주는 지원금이 늘어 수치상의 소득이 늘더라도 물가상승률이 그보다 더 오르면 실제 소득은 줄게 된다. 2015년 초부터 지난해 중반까지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로 물가가 0%대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지난해 9월에 1%대를 회복하더니 올해 1월부터는 2%를 전후해 물가가 오르고 있어 주머니 사정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기름값이 오르고, 신선식품 물가도 등락폭이 커 서민들의 살림을 주름지게 하고 있다. 기름값과 신선식품은 올해 들어 각각 월 최대 14.4%, 18.3% 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경제정책의 기조로 ‘소득주도 성장론’을 내놓으면서 “소득 하위 계층의 분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하위 계층들의 명목소득은 다른 계층과 비교해 개선세가 미미하다. 올 3분기 들어 명목소득이 줄어든 계층은 1분위 가구(소득 하위 20% 미만)와 2분위 가구(소득 하위 20% 이상∼40% 미만)였다. 3∼5분위는 모두 명목소득이 올랐다.

3분기 2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85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290만4000원)보다 4만7000원 줄었다. 1분위 가구 역시 같은 기간 600원으로 미미하지만 소득이 줄었다. 문제는 올해 2분기에 반등했던 하위 분위 가구들의 명목소득이 다시 떨어졌다는 점이다. 1, 2분위 가구들의 명목소득은 2016년 1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으로 떨어지다가 지난 2분기에 오른 바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고용불안이 여기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하위 소득 가구들의 명목소득을 내렸다”며 “고용불안이 극복되면 수치가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소득분배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 세금 등을 내고 난 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은 이번 3분기 기준 소득 상위 20%가 소득 하위 20%에 비해 5.18배나 됐다. 세금을 내고도 상위 20%는 518만 원을 쓸 때, 하위 20%는 100만 원을 쓴다는 의미다. 지난해 3분기(4.81배)보다 0.37 오른 수치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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