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신망 중립성’ 폐기 추진… 인터넷시장 지각변동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연방통신委 12월 14일 최종표결

인터넷 통신망의 평등한 이용을 보장하는 ‘망 중립성’ 원칙이 종주국인 미국에서 존폐 기로에 놓였다. 이 원칙이 폐기되면 플랫폼 사업자가 대용량 콘텐츠를 전송하는 등 트래픽을 과다하게 유발하는 경우 망 사업자가 요금을 받는 등 망 운영을 다르게 할 수 있어 인터넷 통신업계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미국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2일(현지 시간)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는 내용의 최종안을 공개하고 다음 달 14일 최종 표결에 부친다고 밝혔다. FCC 위원 5명 중 3명이 공화당 인사여서 이는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은 “우리가 원하는 건 인터넷을 예전 자유시장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연방정부는 인터넷에 과도한 관리를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인터넷 망을 공공재로 간주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전송 속도나 이용료를 차별하지 못하게 했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엄청난 트래픽을 유발해도 추가 통행료를 내지 않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규제가 통신사 등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성장을 저해한다며 폐기를 예고해왔다.

미국 인터넷 업체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에린 에건 페이스북 부사장은 “FCC 최종안은 인터넷을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망 중립성을 보호하지 못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구글, 넷플릭스도 폐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통신사들이 정치나 언론을 통제하는 ‘게이트키핑’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제이 스탠리 미 시민자유연맹 정책분석가는 “망 중립성이 무너지면 통신사들이 정보 흐름을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통신사 등 망 사업자들은 망 중립성 완화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5G 시대 사물인터넷, 가상증강현실, 초고화질 콘텐츠 확산으로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설비 증대 등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안이 ‘통신사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짐 시코니 AT&T 수석부사장은 회사 블로그에 올린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는 것처럼 영화 스트리밍을 공짜로 제공할 방법도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3일 “미국의 망 중립성 폐지가 중장기적으로 국내 통신업체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속도가 빠르고 우수한 통화 품질의 프리미엄 서비스가 출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 업체들은 관망 속 우려를 나타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이 속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최성진 사무총장은 “미국발 후폭풍이 바로 닥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망 중립성 완화 기조가 확산되면 통신사들이 더 많은 돈을 내는 업체를 위한 고속 차선을 만들어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사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자율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행 망 중립성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내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송재성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미국에서 최종 표결을 마쳐도 현지 업계 반발과 소송 등으로 바로 시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망 중립성 관계자들과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 ::

네트워크를 가진 통신사들이 모든 콘텐츠를 차별하지 말고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원칙. 이 원칙에 따르면 트래픽 유발 등을 이유로 특정 사업자에게 추가로 요금을 물리거나 서비스를 차단하면 안 된다.
 
신동진 shine@donga.com·위은지 기자
#인터넷통신망#평등#통신망#망 중립성#폐기#인터넷시장#요금#트래피그서비스#차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