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군 ‘참나무 오크통’ 토종와인 명품화 효자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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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참나무로 만든 오크통… 유럽산보다 숙성 와인의 향 뛰어나
와이너리 농가 소득증대에도 도움

충북 영동군 영동오크통제작소에서 정충호 대표가 와인 숙성용 국산 오크통을 만들고 있다. 영동지역 와이너리 농가들은 국산 오크통을 이용한 숙성 과정을 거쳐 맛과 향이 뛰어난 영동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영동군 제공
충북 영동군 영동오크통제작소에서 정충호 대표가 와인 숙성용 국산 오크통을 만들고 있다. 영동지역 와이너리 농가들은 국산 오크통을 이용한 숙성 과정을 거쳐 맛과 향이 뛰어난 영동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영동군 제공
국내 유일의 ‘포도 와인산업 특구’인 충북 영동에서 국산 참나무를 이용해 만든 오크통이 토종 와인의 명품화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3일 영동군에 따르면 황간물류단지 안에는 영동오크통제작소(대표 정충호)가 있다. 이곳에서는 국내산 참나무로 225L, 100L, 60L 등의 오크통을 만들고 있다. 국내에서 국산 참나무로 오크통을 만드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오크통 제작은 국내산 참나무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 말려서 안정화를 시킨 뒤 외형을 완성하고, 불에 적당히 그을리는 과정을 거친다. 이 통은 영동군내 와이너리(와인 양조장) 농가에서 와인을 숙성하는 데 쓰인다.

영동군이 오크통 국산화에 나선 것은 유럽산 오크통 가격이 너무 비싸 와인 농가에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와이너리에서 사용 중인 유럽산 오크통은 개당(225L 기준) 가격이 120만∼180만 원선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영동군은 와인 농가들을 위해 2014년 국내산 오크통 개발에 나섰다. 우선 U1대(옛 영동대) 와인발효식품학과 최해욱 교수팀에 ‘국산 참나무 원목을 이용한 오크통과 오크칩 생산기술 개발용역’을 의뢰했다. 최 교수팀은 “국산 참나무는 유럽산보다 폴리페놀 성분이 7%, 항산화도는 28% 각각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또 “국산 참나무로 만든 오크통과 오크칩을 이용해 숙성한 와인이 기존 유럽산 오크통에서 숙성한 와인보다 맛과 향이 더 뛰어나다”고 밝혔다.

문제는 유럽처럼 지름이 1m가 넘는 큰 나무가 없고, 떫은맛이 나는 거친 ‘타닌’ 성분을 제거하는 것이 숙제였다. 최 교수팀은 참나무를 벌목한 뒤 자연 상태에서 2, 3년 동안 안정화시켜 거친 타닌 성분을 줄이고, 유럽산의 절반 정도 크기인 100L 안팎의 오크통 제작을 제안했다.

영동군은 이후 50L짜리 소형 오크통 제작 경험이 있는 영동오크통제작소를 황간물류단지에 유치했다. 오크통 제작라인을 갖추는 데 2억여 원을 지원해 국내산 참나무 오크통을 생산하게 됐다. 현재 숙성용 오크통은 225L가 110만 원선, 전시용 오크통은 30만 원 선에 각각 판매되고 있다. 숙성용은 물론 인테리어용으로도 쓰이고 있는 것이다. 와이너리의 요구에 따라 맞춤 제작도 가능하다.

오크통 제작자인 정충호 대표(63)는 40여 년간 목공예에만 전념한 장인이다. 정 대표는 오크통은 물론, 와인 전시대, 오크통 나무의자, 방갈로 형태의 오크통 쉼터, 오크통 승강장 등 와인 연상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영동와인을 홍보하고 있다. 윤주황 영동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국내산 오크통은 와이너리 농가의 경영비 절감과 소득증대에 도움을 주고 국산와인의 명품화에도 한몫하고 있다. 영동이 ‘와인 1번지’의 우위를 선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영동군은 전국의 약 10%에 달하는 1323ha의 포도밭이 있으며, 여기에서 생산된 포도로 연간 520t가량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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