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면서도 진실을 말한 평범한 사람들… 역사의 물길 바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박종철 사건 다룬 영화 ‘1987’

12월 27일 개봉하는 영화 ‘1987’은 박종철 열사의 죽음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과정에서 양심에 충실하며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의 극적인 노력을 그렸다. 왼쪽 사진은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22일 열린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박희순 하정우 김윤석 김태리 유해진 이희준(왼쪽부터). 오른쪽 사진은 극 중 진실 보도에 앞장서는 ‘윤 기자’. 조종엽 기자 jjj@donga.com·CJ엔터테인먼트 제공
12월 27일 개봉하는 영화 ‘1987’은 박종철 열사의 죽음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과정에서 양심에 충실하며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의 극적인 노력을 그렸다. 왼쪽 사진은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22일 열린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박희순 하정우 김윤석 김태리 유해진 이희준(왼쪽부터). 오른쪽 사진은 극 중 진실 보도에 앞장서는 ‘윤 기자’. 조종엽 기자 jjj@donga.com·CJ엔터테인먼트 제공
“각 개인 또는 집단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하며 역사의 경로가 정해진다. … 어느 순간 떨면서도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진실에 관심을 갖고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 균열은 쉽게 봉합되지 못한다.”

올 4월 출간된 ‘민주주의 잔혹사’(홍석률 지음·창비) 1장 ‘우연과 우연의 연쇄반응: 박종철과 6월항쟁’에 나오는 구절이다. 1987년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1987’(감독 장준환)은 이런 통찰에 썩 잘 어울리는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1987’(12월 27일 개봉)의 제작보고회가 22일 열렸다. 광주의 아픔을 다룬 1000만 관객 영화 ‘택시운전사’에 이어 1980년대 정치적 격변을 소재로 한 이 영화가 올겨울 극장가의 ‘빅 시즌’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87’은 고문치사를 은폐, 축소하려는 세력과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의 대결을 다루면서 여러 사람들의 용기 있는 선택이 사슬처럼 맞물려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그린다. 이날 제작진은 “릴레이로 바통을 넘겨가며 계속 또 다른 주인공이 나오는, 새로운 형식의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에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장 ‘박 처장’ 역은 김윤석이 맡았다. 김윤석은 “실존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자료 조사를 많이 했다”며 “시대 속에서 어떻게 그런 인물이 생겨났는지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경찰의 ‘부검 없는 시신 화장’ 요구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이는 서울지검 ‘최 검사’ 역의 배우 하정우는 “시나리오를 보니 시대적 아픔을 전달할 뿐 아니라 극영화로서도 재미가 있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배우 이희준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끝까지 매달리는 신문기자 ‘윤 기자’ 역을 맡았다. 윤 기자의 실제 모델은 1987년 당시 동아일보 사회부 사건팀 고(故) 윤상삼 기자다. 윤 기자는 서울 용산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박종철을 응급조치한 의사 오연상의 용기 있는 증언을 특종 보도했다. 그는 “정의의 사도 같은 모습보다도 평범한 인간, 살아있는 진짜 기자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사건의 진실을 담은 옥중 서신을 전달하는 교도관 ‘한병용’ 역은 유해진이 연기했다. 영화는 6월민주항쟁을 표현하기 위해 1987년의 서울시청 앞 광장과 명동거리, 연세대 정문 앞 등을 세트로 재현해냈다.

장준환 감독은 ‘지구를 지켜라!’(2003년)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년) 등에서 독창적인 서사와 긴장감 넘치는 캐릭터 묘사를 선보였다. 장 감독은 “박종철 열사가 돌아가시고 6월민주항쟁이 일어나기까지 수많은 분들이 양심의 목소리를 내면서 온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온 이야기를 담았다”며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꼭 돌아보고, 다시 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해 연출할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박종철 사건#영화 1987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