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휴대전화 사용 “통신의 자유 vs 수업 방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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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교내 휴대전화 수거 조치 두고
인권위 “기본권 제한… 규정 개선”
교사 “다른 학생 교육받을 권리 침해”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는 통신의 자유 등 학생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온 뒤 해묵은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인권위는 최근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조회시간에 수거했다가 종례시간에 돌려주는 경기도 A 중학교의 ‘학교생활인권규정’에 대해 “헌법이 보호하는 통신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학교생활인권규정을 개선하라고 A중 교장에게 권고하고, 경기도교육감에겐 도내 학교들의 휴대전화 사용 전면 제한 규정을 점검하도록 권고했다.

수년 전부터 많은 학교에서 수업시작 전 휴대전화를 일괄적으로 수거해 보관하다 방과후에 되돌려주는 식으로 학생들의 무분별한 휴대전화 사용을 통제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2016 학생인권실태조사에서 응답자 중 초등학생의 11.9%, 중학생의 88.3%, 고등학생의 56.5%가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한다고 답했다.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주장하는 학생들은 휴대전화가 이미 생활필수품이고, 타인과 접촉하는 중요한 도구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학교폭력이나 위급한 일이 있을 때 외부와 연락하거나 신고할 수 있는 수단과 학습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상당수 교사는 휴대전화 사용은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수업 중 벨 울림 등으로 다른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우려한다. 중학교 교사 김모 씨는 “휴대전화 사용을 통제하지 않으면 수업시간에 고개를 푹 숙이고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느라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대영 무학여고 교장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사용하지 않고, 벨이 울려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학생들 스스로 잘 관리하고 있어 굳이 집단 수거 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먼저 휴대전화 사용을 막아 달라고 요구하기도 하는 등 학생들의 의견도 다양하다”면서 “휴대전화 사용에 관한 교칙을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논의를 통해 정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교내 휴대전화#휴대전화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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