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매우 불안… 기업가 제역할 할수있게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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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극복 지휘 이규성 前장관 “기계적으로 과거 답습해선 곤란… 4, 5년간 강도높은 구조조정 필요”

“지금 한국의 장래가 불확실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끓는 냄비 속 개구리가 되느냐, 냄비 밖의 개구리가 되느냐는 얼마나 실효성 있고 명쾌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느냐에 달렸다.”

김대중 정부의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이자 2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극복을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했던 이규성 전 장관(78·사진)이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이 매우 불안하다고 진단했다.

21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이 전 장관과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초청해 ‘외환 위기 극복 20년 특별대담―위기 극복의 주역으로부터 듣는다’를 열었다. 사회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이 맡았다. 이 전 장관은 1998년 3월 김대중(DJ) 정부에 입각한 뒤 위기 대응을 이끌었다.

올해 한국은 수출 호조와 세계 경기 회복으로 경제성장률을 당초보다 높은 3.0%로 상향 조정했지만 이 전 장관의 판단은 달랐다. 그는 “성장잠재력 면에서 보면 인구는 노령화되고, 자본의 생산성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면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4차 산업혁명 등 신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시기인데 여기에 한국이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거시경제 운영도 중요한데 지금 실업률이 굉장히 높고 청년실업도 심각하다. 이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끓는 냄비 속 개구리가 되느냐 마느냐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 경직성을 가지고는 빠져나올 수 없다. 복원력과 신축성을 가져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우리 경제 주체들의 생각은 그저 안전하게 과거의 전례에 따라서 기계적이고 형식적으로 해나가자는 자세에 젖어 있다”고 비판했다. 또 “사회가 기업가에 대해 시비조로 대하는 풍토를 올바로 잡고 기업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 시대의 변화 방향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내놨다. 이 전 장관은 “개방성과 다양성이 확대됐지만, 자칫하면 대립과 투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세계의 조류는 그야말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 성행한다”고 꼬집었다.

이 전 장관은 IMF 위기 당시를 돌이키며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기업이 하루에 100개씩 무너지고 실업자가 60만 명에서 170만 명으로 늘던 때”라며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IMF 전 흥청망청한 시대는 영원히 우리에게 오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도, 관행을 갖추려면 앞으로 4, 5년간 힘들여 구조조정을 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DJ 정부에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현 원장은 “IMF 당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3년 정도 지속됐으면 완성됐을 텐데 1999년 6월경까지밖에 이어지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한국경제#외환위기#이규성#장관#구조조정#기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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