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음악상담실]지진, 그 이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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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캐럴 킹의 ‘I feel the earth move’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너를 보면 지진이 일어난 듯 발밑의 땅이 흔들리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가슴이 마구 두근거린다는 이 노래는, 1971년에 발표된 캐럴 킹의 명반 ‘Tapestry’의 첫 싱글로 빌보드 1위를 차지했던 명곡입니다. 건반의 악센트가 격하게 출렁거리는 마음을 잘 표현해주죠. 그 싱글의 사이드 B는 한국에서 더 사랑받은 ‘It’s too late’입니다.

이번 지진으로 포항지역의 주민들도 심한 피해와 충격을 받으셨겠지만,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시험을 준비해왔고 시험 당일에 맞춰 컨디션과 리듬을 조절해왔을 수험생들도 큰 불안과 혼란을 겪고 있을 것입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재난이 일어났고, 이제 우리는, 특히 수험생들은 빨리 회복하고 평정심을 되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죠.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심적인 동요나 상처에서 빨리 회복하게 해주는 요소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헌신적인 인간관계입니다. 특히 어린 사람들에게는 지지해주는 어른들이 더욱 절실하죠. 그 다음은 현실적인 판단과 계획 능력이고 자신감, 문제 해결과 소통의 능력, 자신의 감정과 충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의 순입니다.

그러니 재해의 피해자들과 가중된 불안을 겪는 수험생들은 먼저 보호와 도움을 줄 수 있는 현명하고 안정적인 사람들을 찾고 그들에게서 위로와 조언을 얻어야 합니다. 어른인 우리가 수험생들과 놀란 아이들이 겪는 불안과 두려움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경청해주고, 그 감정들을 달래주고 안심시키는 역할을 해줘야 하죠.

그 다음은 피해자들과 수험생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수 없죠. 어쩔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수긍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현실적인 상황 파악을 하고 그 다음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보통 큰 시험 전 1주일은 그동안 공부해온 것들을 점검하는 기간이죠. 흔들리지 말고 그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할 수 있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위기를 인내하고 극복했을 때 나를 기다리고 있을 좋은 결과들을 잊지 말아야 하죠. 불안이 엄습할 때마다 미래의 긍정적인 상태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쇼크에서 회복하려면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되찾아야 합니다. 평소의 스케줄과 수면 주기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급작스러운 변화는 피해야 하죠. 새로운 내용을 공부하기보다는 요약 노트와 오답 노트를 활용해서 아는 것을 확고하게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스스로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이번과 같은 재해나 큰 변화는 큰 불안을 유발합니다. 상황에 대처할 수 없거나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은 교감신경을 항진시켜서 빈맥 호흡곤란 두통 불면 등의 증상들이 나타나죠. ‘점진적 이완요법’과 적절한 휴식 및 기분전환으로 긴장과 불안을 감소시키고, 친밀한 사람들과의 대화로 위로를 얻어야 합니다. 그래도 스스로를 조절할 수 없을 때에는 빨리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죠.

이번 재해와 위기에 우리는 잘 대처했고, 잘 극복할 것입니다. 그런 경험과 우리에게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우리의 자신감을 키워줄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더 발전할 것이죠. 포항지역 주민들과 수험생들 힘내세요. 으라차차, 파이팅!!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진#캐럴 킹#i feel the earth move#수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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