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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가 부른 사회변화 ‘비정규직 증가’ 손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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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가 부른 사회변화 ‘비정규직 증가’ 손꼽혀

박재명 기자 입력 2017-11-15 03:00수정 2017-11-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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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사태 20년’ KDI 설문조사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200억 달러의 차관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1997년 11월 21일 오후 10시 당시 임창열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의 긴급 심야발표에 온 나라가 얼어붙었다. 외환위기에 빠진 한국이 IMF 구제금융에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정부는 ‘경제 주권’을 잃었고 기업과 금융권은 IMF 요구에 따라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실업자 100만 명 이상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절망한 실직 가장들의 투신이 잇따르면서 1998년 국내 자살자 수가 한 해 전보다 42% 늘어났다.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인들은 외환위기를 어떻게 기억할까. 지난 50년 중 가장 어려웠던 시기이자 지금 한국 경제가 앓고 있는 각종 질환이 생겨난 시기가 외환위기였다는 것이 2017년 한국 국민이 내린 결론이다.

○ “비정규직 양극화 취업난, 시작은 외환위기”

1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IMF 외환위기 사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57.4%가 지난 50년 동안 한국 경제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꼽았다. 최근 지속되는 ‘2010년대 저성장’(26.6%)은 물론이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5.2%)와 ‘1970년대 석유파동’(5.1%) 등 다른 위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 국민 중 가장 많은 수가 경험한 감정은 ‘경제위기에 따른 심리적 위축’(64.4%)이었다. 국가관에 변화가 생겼다는 응답도 57.5%에 이른다. 대한민국 정부가 예산 한 푼을 쓸 때마다 국제기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실상에 충격을 받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우리 국민에게 외환위기는 경제 분야의 ‘한국병(病)’이 시작된 단초였다. KDI는 “외환위기가 현재 한국의 어떤 경제 문제에 영향을 미쳤느냐”고 물었다. 2017년 현재 한국 경제의 ‘숙제’로 꼽히는 문제 대부분이 외환위기 당시에 파생된 것으로 꼽혔다.


외환위기의 영향이 가장 강한 경제 문제로는 ‘비정규직 증가’(88.8%)가 꼽혔다. 종신고용의 믿음이 깨지고 비정규직이 양산된 시작 지점을 외환위기로 본 것이다. 이어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업 선호’(86.0%), ‘국민 소득격차 심화’(85.6%), ‘취업난 심화’(82.9%) 등도 외환위기가 남긴 부정적인 유산으로 꼽혔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사실 한국 경제가 1990년대 초부터 이미 비정규직 증가와 양극화 등의 경제 문제에 직면하고 있었지만 외환위기가 이를 결정적으로 가속화시키면서 이 같은 인식이 뚜렷해졌다”고 분석했다.

○ 경쟁력 높이고 투명성 끌어올린 효과도

외환위기가 한국 경제를 무조건 망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위기에 따른 대외 압력 때문이긴 했지만 한국 경제가 선진국형 체질로 개선되기 시작한 게 이때다. 국민도 외환위기가 한국 경제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준 부분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외환위기가 한국 경제에 끼친 가장 긍정적인 효과로는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경쟁력 상승’(24.5%)이 첫 번째로 꼽혔다. 이전까지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었던 국내 대기업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재편하면서 일부 대기업은 세계적인 기업 반열로까지 성장했다. 이어 △절약하는 소비문화(23.1%) △사회 전반의 투명성 제고(22.7%)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14.4%) 등이 외환위기가 남긴 긍정적인 ‘유산’으로 꼽혔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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