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납품비리 관련 롯데홈쇼핑 압박하던 전병헌… 2015년 백수오사태때 “착한 홈쇼핑이 더 손해” 두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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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롯데홈쇼핑 후원금 때문에 전병헌 수석 발언에 변화 생긴듯”
전병헌 “논두렁시계 사건처럼 몰아가”

“일단 인가를 받아 놓으면 5년 동안은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홈쇼핑이 기관으로부터 어떤 징계나 제재를 받는 근거가 아예 없다.”(2014년 12월 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이른바 ‘착한 홈쇼핑’ 채널이 오히려 더 손해를 보고, 좀 이기적인 방침을 세운 홈쇼핑은 이득을 봐서는 사회 정의에 맞지 않다.”(2015년 7월 1일, 국회 미방위)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사진)이 19대 국회에서 했던 발언이다. 2014년에는 롯데홈쇼핑을 강하게 압박했지만, 이듬해에는 “착한 홈쇼핑”이라고 표현했다. 2014년 발언은 롯데홈쇼핑 대표가 납품 비리로 구속된 뒤였다. 또 2015년 전 수석의 발언은 당시 가짜 ‘백수오 사태’와 관련해 홈쇼핑의 환불 요구가 빗발치던 때였다. 롯데홈쇼핑은 전액 환불 방침을 다른 업체보다 빨리 발표했다. 그러나 추가 환불 대책과 함께 홈쇼핑 채널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높았다.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2015년 7월 전 수석과 관련 있는 e스포츠협회에 거액의 후원금을 낸 것과 전 수석 발언의 변화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전 수석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 수석은 자신의 옛 보좌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여러 차례 “나는 결백하다. 발언이 달라진 이유를 설명하겠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수석은 13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논두렁 시계 사건’이 재현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검찰 수사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전 수석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 참석한 뒤 “분명하게 말씀을 드리지만 저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논두렁 시계 사건’이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혐의 수사에서 벌어진 검찰의 과도한 피의사실 공표 및 언론 플레이 논란을 통칭한 것이다.

전 수석은 기자들의 질문에 “과거 저의 일부 보좌진들 일탈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자신이 보좌진들과 공모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선 “맥락을 살펴보면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까지 저와 관련해 어떤 혐의도 찾지 못했다는 게 검찰의 공식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출석을 요구하면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건 쓸데없는 질문”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전 수석의 자진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기류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검찰이 전 수석의 소환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현직 청와대 수석 신분을 유지하고 출석하는 것은 여권 전체에 크나큰 부담이 된다는 이유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미 후임 정무수석에 대한 설왕설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최우열 기자
#전병헌#롯데홈쇼핑#납품비리#백수오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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