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창덕]아직은 박수 칠 때가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창덕 산업부 차장
김창덕 산업부 차장
현대홈쇼핑은 2011년 7월 중국 현지 기업과 합작해 ‘상해현대가유홈쇼핑’을 만들었다. 한국 측이 35%, 중국 측이 65%의 지분을 가졌다. 중국 파트너는 현지 홈쇼핑 사업자 가유홈쇼핑과 케이블TV 사업자인 동방유선의 자회사였다. 경영은 현대홈쇼핑이 맡기로 했다. 초반 성적표는 괜찮았다. 3년 만인 2014년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2000년대 중반 첫 중국 진출에서 실패를 맛본 현대홈쇼핑은 달콤한 열매를 딸 기대에 부풀었다.

중국 파트너가 어느 날 다짜고짜 경영권을 요구해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현대홈쇼핑이 거절하자 지난해 4월 동방유선은 홈쇼핑 방송 송출을 일방적으로 끊었다. 결국 국제 소송전으로 번졌다. 소송은 제3국인 싱가포르에서 진행 중이다. 그러니 소송에서 이겨도 방송이 재개된다는 보장은 없다. 파트너십 회복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CJ오쇼핑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CJ오쇼핑은 2004년 ‘동방CJ’ 지분 49%를 확보하면서 중국 시장에 도전했다. 장사가 잘되자 중국의 합작 파트너인 상하이미디어그룹은 유상증자에서 CJ를 배제했다. 급기야 지분 매각 압력으로 이어졌다. CJ오쇼핑의 지분은 15%까지 쪼그라들었다. CJ오쇼핑은 떠밀리듯 지분을 빼는 방안을 검토하는 처지가 됐다.

모두 한중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중국은 본래 사업하기 까다로운 나라다. 돌발 상황이 너무 많아서다. 대부분은 납득할 만한 해명도 없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 우선 정책을 노골적으로 편다. 한 유통업체 임원도 “중국이 워낙 큰 시장이라 진출하긴 했지만 정말 너무 어렵다”고 했다. 화장품, 식품 등은 통관 절차가 어려워 결국 현지 상품만 진열하다 보니 차별화도 어렵다는 설명을 붙였다.

로컬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이점이 없다. 1997년 중국 사업을 시작한 이마트는 2012년 매장 26개를 일괄 매각하려다 일단 철회했다. “한 번 더”를 외쳤지만 불어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해 매장을 점차 줄였다. 결국 올해 9월 완전 철수를 공식화했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재계 고위 인사는 “유통업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입지인데 이미 좋은 자리를 차지한 로컬 업체를 이길 수가 없다”고 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어쩌면 예상된 리스크였을지 모른다. 물론 충격파가 빠르고 컸다. 중국은 지난해 말 한국 기업에 대한 제재에 시동을 걸더니 올 3월 액셀러레이터를 밟기 시작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상사의 형제회사 롯데마트가 집중 타깃이 됐다. 현대자동차는 중국에서 낙하산도 없이 추락했다. 한류 바람을 타고 불티나듯 팔리던 화장품은 면세점 매장에서 하얗게 먼지가 쌓였다.

11일 한중 정상회담은 중국의 경제 보복 중단 기대감을 높였다.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면 ‘대놓고’ 이뤄지던 한국산 배척 현상이 다소 진정될 수는 있다.

그렇다고 중국 시장의 본질이 달라진 건 아니다. 오히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불합리한 칼을 휘두르는 중국의 민낯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담 당시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재차 언급했다고 한다. 경제든 외교든 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으로서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셈이다.

중국은 17년 전 한국 정부가 자국산 마늘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하자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막아버렸다. 뺨을 맞은 사람이 손찌검한 사람과 합의했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합의금 한 푼을 못 받았다면 재발 방지 각서라도 받아야 하지 않았을까.

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
#현대홈쇼핑#상해현대가유홈쇼핑#동방유선#cj오쇼핑#동방cj#사드#중국 사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