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MB가 적폐 원조”… 한국당 “靑, 망나니 칼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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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총선과 대선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13일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왼쪽 사진).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을 받고 있는 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012년 총선과 대선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13일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왼쪽 사진).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을 받고 있는 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바레인 출국 직전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정치 보복’이라고 했던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13일 ‘국민 통합’ 메시지로 적폐청산을 거듭 비판했다. 전날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이 도화선이 되면서 정치권에선 적폐청산을 둘러싼 ‘말폭탄’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 MB “한국 성장은 국민의 단합된 힘”

14시간의 비행 끝에 바레인 현지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오전 3시(한국 시간 오전 9시) 페이스북에 “저는 바레인 마나마에 도착했습니다”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이 전 대통령은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이 오늘날과 같은 성장을 이룩한 비결은 교육과 국민의 단합된 힘이었다고 강조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이 전 대통령은 바레인 정부 고위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초청 강연을 할 예정이다. 현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가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출국길에는 “지난 6개월간의 적폐청산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 외교안보와 경제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라고 해 추가 메시지가 나올지도 주목된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측근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쩍 “강한 야당이 필요하다”며 보수 통합의 필요성도 당부하고 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응하려면 분열된 보수 진영이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옛 친이(친이명박)계도 서서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친이계 좌장이었던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대표는 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는, 제대로 된 야당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9일 오찬 회동에서 이 같은 의견에 뜻을 함께하고 양당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2일 ‘친이 직계’로 불린 조해진 전 의원을 만나서도 “보수가 힘을 모으고 야당이 힘을 모아야 정부 여당이 잘못을 하더라도 견제하고 바로잡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조 전 의원은 8일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한국당에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MB 비판…한국당은 호응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을 향해 “적폐의 원조”라며 정치 보복 프레임 차단에 나섰다.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이 혐의가 드러나자 정치 보복 프레임을 걸어 보지만 범죄에 대한 응징과 처벌의 필요성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은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을 둘러싼 ‘사자방’ 비리의 진상 규명을 적폐청산 작업의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며 검찰의 이 전 대통령 수사를 촉구했다. “이 전 대통령을 (사이버사령부 댓글 활동과 관련해) 충분히 입건할 상황까지 왔다고 보여진다”(박범계 의원)와 같은 주장도 여당에서 나왔다.

최근 “복수하려고 정권을 잡았나”라며 적폐청산에 부정적이었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었다. 안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이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직 대통령도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에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행태를 보니 마치 조선시대 망나니 칼춤을 연상시키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의 ‘정치 보복’ 발언에 한국당이 적극 호응한 것이다. 같은 당 정우택 원내대표도 “한풀이 굿판식 정치 보복은 반드시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다”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 경고했다.

한국당은 적폐청산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을 넘어 보수진영 궤멸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당사에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기로 하는 등 보수층 결집에도 나섰다.

송찬욱 song@donga.com·박성진 기자
#mb#적폐청산#정치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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