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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땀으로… 혼으로… 철의 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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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땀으로… 혼으로… 철의 세 얼굴

김상운 기자 입력 2017-11-10 03:00수정 2017-11-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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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박물관 ‘쇠·철·강’ 특별전
김해 양동리 78호분에서 출토된 가야 투구와 갑옷. 가슴 부위의 소용돌이무늬가 선명하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철에 얽힌 인류 문명사의 대(大)서사시가 펼쳐졌다.

7일 관람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쇠·철·강―철의 문화사’ 특별전은 기술혁신의 매개체이자 전쟁수단이던 철의 다양한 속성을 입체적으로 포착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서양을 아우르는 유물들을 통해 인류사 관점에서 접근한 기획 의도가 돋보였다. 경주 황성동 제철유적을 발굴한 전임 이영훈 중앙박물관장이 심혈을 기울인 전시답게 철의 역사고고학적 의미도 담아냈다.

8세기 통일신라 때 제작된 ‘보원사지 철불’.
온갖 합성금속이 쓰이는 21세기에도 철은 여전히 전 세계 금속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핵심 물질이다. 기원전 2000년 무렵 터키 아나톨리아 고원에서 발견된 철기 제작 기술은 히타이트 같은 제국을 일으킨 토대였다. 전시장 초입에 자리 잡은 우라르투 왕국과 중국 한나라의 철제 무기들이 이를 생생히 증언한다. 우라르투 왕국은 기원전 8세기 지금의 이란 일대를 장악한 나라였다. 철의 강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중국의 강철 제작 기술은 서양보다 1000년이나 앞섰다.

그러나 19세기 중국의 몰락은 철기 제작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시장 2부로 넘어가는 벽면에는 1840년 아편전쟁 당시 영국이 만든 세계 최초의 철제 전함에 의해 청나라 목선이 침몰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 걸려 있다. 산업혁명에 의한 강철 대량생산이 서세동점의 거대한 파고를 일으킨 순간이다.

고대 전투 장면을 묘사한 컴퓨터그래픽(CG)을 배경으로 삼국시대 쇠갑옷과 투구를 늘어놓은 전시 공간은 2부의 백미다. 부산 복천동과 함안 도항리, 김해 양동리 고분 등에서 출토된 가야 갑옷은 흉갑에 새겨진 문양을 비롯한 만듦새가 정교하기 이를 데 없다.

쇠솥이나 철화백자에서 알 수 있듯 철은 일상생활과 예술의 영역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광배(光背)를 연상시키는 조명을 배경으로 전시된 ‘보원사지 철불(鐵佛)’은 쇠를 자유자재로 다룬 신라인들의 솜씨를 보여준다. 마치 대리석 조각처럼 유려하게 흘러내린 법의(法衣) 자락은 1300년이 흐른 지금도 변함없이 아름답다.

제작 공정을 한눈에 보여주는 CG를 통해 탄소 함유량에 따라 연철(軟鐵), 강철(鋼鐵), 주철(鑄鐵)로 변화하는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전시장 중간에 쇳조각으로 숲을 묘사한 현대미술 작품을 배치해 문명의 이기로서 철과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인상적인 시도다. 조선시대 청동으로 만든 화포인 ‘대완구(大碗口·보물 제857호)’를 비롯해 730여 점의 유물을 선보인다. 26일까지. 02-2077-9471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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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박물관 ‘쇠·철·강’ 특별전#보원사지 철불#가야 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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