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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외치던 트럼프, 선물목록 내밀자 “난 中 비난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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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외치던 트럼프, 선물목록 내밀자 “난 中 비난안해”

윤완준 특파원 , 박재명 기자 , 서영아 특파원입력 2017-11-10 03:00수정 2018-01-09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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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정상회담]압박뒤 실리 ‘거래의 기술’ “중국석유화공그룹(中國石化·시노펙)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개발에 430억 달러를 투자합니다. 석유화공그룹 장젠화(章建華) CEO 계약에 서명해 주세요. 중국항공기재집단공사(CASC)가 보잉사 비행기 370억 달러(300대)어치 구입을 계약합니다. CASC 자바오쥔(賈寶軍) CEO 서명해 주세요. 샤오미(小米) 등이 120억 달러어치 반도체를 퀄컴으로부터 구입합니다. 샤오미 레이쥔(雷軍) CEO 서명해 주세요.”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직후 두 정상이 참석해 열린 미중 기업대표 회담에서 중산(鐘山) 중국 상무부장은 이처럼 미중 간 계약 내용과 액수를 일일이 언급하며 계약 서명을 독려했다. 미중 최고경영자(CEO)들은 붉은색 표지의 협정서에 잇달아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방중한 기업 골드만삭스 포드 제너럴모터스 제너럴일렉트릭 등 29개 미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전날에 이어 총 2535억 달러 투자 계약이라는 대박을 쳤다.


중산 부장은 “양국의 협력 중시를 십분 구현하고 양국 지도자의 리더십에 따라 양국 기업들이 기적을 창조했다”며 “중미 무역 협력이 세계 경제 무역 협력의 신기록을 창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퍼부은 시 주석의 ‘바이 아메리카’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샀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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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한 듯 마이크를 잡은 트럼프는 “(불공평한 미중 무역을) 고쳐야 한다. 위대한 미국 노동자를 위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노동자들을 위한 공평한 경쟁의 장을 제공하기를 원한다.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관계를 원한다”고 말했다. 과거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해 공격적으로 일관했던 그는 이날 시 주석에 대한 압박 대신 자신의 ‘엄청난 성과’에 집중했다. 다분히 미국에 있는 자신의 지지자들과 국내 여론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북핵 해법이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을 강하게 압박하지 않고 시 주석과 협력을 강조했다. 시 주석이 준 선물 보따리에 대한 대가인 셈이다.

미국이 압박 대신 실리를 택한 배경에는 미국의 대중 통상 압박이 계속되면 중국의 통상보복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콩수출위원회는 9월 중국 농업부와 상무부로부터 ‘우리 통상이 방해받으면 상당히 불편해질 것’이란 경고를 받았다. 중국과 사업하는 파트너 리인슈런스의 태드 워커 회장은 WSJ에 “대통령의 레토릭이 덜 강하길 바란다”며 우려했다.

무엇보다 러시아 대선 개입 등 스캔들로 최악의 지지율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대규모 투자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입지 회복이 절실한 시점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협력실 박사는 “중국에 대한 미국 무역의존도가 높아 미국도 중국에 쓸 무역공격 카드가 마땅치 않다. 무역보복 파워가 크지 않은 한국이 대신 불똥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기업들이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에 편승해 통상 공격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권 2기를 시작하며 협력을 강조한 ‘신형국제관계’를 성공시키기 위해 갈등 회피가 필요한 시 주석은 ‘황제 의전’과 ‘돈 폭탄’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파고들었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을 증진시키기 위한 수많은 조치를 발표했다”며 “양국 국민들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경제 무역 협력을 위한 더 큰 공간을 뜻한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시 주석은 “중미 관계의 미래 방향을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어떤 나라도 중국의 굴기를 막을 수 없음을 미국이 깨달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일본 방문에서도 아베 신조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 중에 “일본이 미국에서 대량의 방위장비를 사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한다”며 일본 정부의 추가 무기 구입을 기정사실화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총 748억 달러(약 84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및 수입 계획을 발표하는 등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해 준 트럼프 대통령에게 화답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 도쿄=서영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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