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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역습… 美-사우디에 ‘초승달 벨트’로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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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역습… 美-사우디에 ‘초승달 벨트’로 맞서

박민우 특파원 입력 2017-11-10 03:00수정 2017-11-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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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선택한 것은 전통적 우방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녀간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는 아랍에미리트(UAE), 예멘, 바레인, 이집트, 리비아 등과 함께 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했다.

사우디 등은 단교 이유에 대해 카타르가 테러단체를 지원했다고 주장했지만 진짜 속내는 따로 있었다. 시아파 맹주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친이란 노선을 걷고 있던 카타르를 손본 것이다. 당시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은 “중동국가 지도자들이 리야드(사우디 수도)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뒤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랍권의 ‘반(反)이란’ 결집을 위해 수니파 주연의 ‘카타르 단교 사태’를 직접 연출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카타르가 예상외로 굳건히 버티고,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가 연이어 패퇴한 이후 이란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는 등 중동 정세가 트럼프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갔다.

미국과 사우디의 견제구가 먹혀들지 않는 상황에서 이란은 본격적인 역습에 나섰다. ‘포스트 IS’의 승자는 이란이나 다름없다. IS 격퇴전에서 미국은 공습을 주도했지만 지상에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가 큰 역할을 했다. 이란을 견제하려는 미국은 지난달 시아파 민병대를 철수시켜야 한다고 이라크 정부에 공개적으로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이란은 시아파 이라크 정부를 도와 전후 재건 사업도 빠르게 추진하면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란은 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동맹인 ‘초승달 벨트’를 거의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란은 또한 러시아와 함께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해 시리아 재건을 주도하고 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막기 위해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도록 설득한 것도 이란이었다. 시리아를 발판으로 삼아 중동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와 손잡고 미국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달 1일 테헤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IS 이후 ‘시리아 플랜’을 논의했다.

이란은 시아파 벨트의 비교적 약한 고리로 여겨졌던 레바논에서도 영향력을 확보했다. 레바논은 시아파와 수니파, 기독교계 마론파가 권력을 균점하도록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최근 힘의 고리는 완전히 시아파 쪽으로 기울어졌다. 수니파인 사드 알 하리리 총리가 4일 사우디에서 전격 사임한 것이 그 반증이다. 하리리는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이 레바논의 내정을 간섭하고 있으며 자신이 암살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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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하리리가 사우디에서 사임을 발표한 날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우디는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란이 후티 반군의 미사일 발사를 지휘했다며 비난했다. 시아파 후티 반군의 쿠데타 이후 사우디가 내전에 개입하면서 예멘은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에 휘말려 3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고 700만 명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해 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초승달 벨트#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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