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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정세진]중소벤처기업, 온실 밖으로 나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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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정세진]중소벤처기업, 온실 밖으로 나오면

정세진 산업부 기자 입력 2017-11-09 03:00수정 2017-11-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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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산업부 기자
중소기업이 특정 대기업과만 거래하는 전속 거래는 기술 이전과 경영 안정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벤처기업 출신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정치권에 입문한 직후 한국의 기업 생태계를 ‘동물원’에 비유하기도 했다. 동물원 안에 들어와 있는 중소벤처들이 대기업이 주는 물량을 저가로 수주해서 별도의 연구개발(R&D) 투자 없이도 먹고사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기아자동차 등 28개 기업의 1차 협력업체 4866곳, 2차 협력업체 1172곳 등이 전속 거래를 맺고 온실 안 화초처럼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계에서 전속 거래 이슈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생산성이 낮은 대기업 노조를 먹여 살리기 위해 수십 년간 전속 관계에 있는 하청업체의 납품 단가를 무리하게 깎아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7일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전자와 자동차 분야의 대기업과 이들의 전속 부품협력업체 간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10%포인트까지 벌어지고 있다. 중소업체들의 임금은 대기업 직원 임금의 절반 이하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답답해한다. 부품 국산화 등을 위해 전속 거래를 통해 중소기업을 키워 놓으면 더 이상 성장하려 하지 않고 안주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전속 거래 관행을 끊어도 문제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온실 밖으로 나간 한국의 중소부품업체들이 야생의 산업생태계에 적응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일본 중소부품업체들의 움직임은 참고할 만하다. 예컨대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의 수명이 길지 않다고 보고 이미 새로운 산업생태계에 적응 중이다. 엔진 점화 플러그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갖춘 일본특수도업은 핵심 역량인 세라믹 기술을 살려 인공뼈를 만드는 의료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존에 자동차 산업과 별 연관이 없던 제지업체인 일본제지는 전기차는 가볍고 강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펄프를 잘게 쪼개 수지와 혼합한 특수 섬유를 만들어 자동차 소재 분야로 진출했다. 일본이라고 해서 모든 기업이 이런 준비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던 1990년대 일본 전자업계의 몰락을 지켜봤던 이들은 준비 없이 산업 변화의 시기를 맞닥뜨리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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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레토릭을 갖다 붙이지 않아도 한국의 대기업은 변화의 파고에 직면해 있다. 반도체 산업은 슈퍼사이클의 정점에 있고, 전자업체들은 자동차업계로 뛰어들면서 산업 간 융·복합이 가속화되는 중이다. 조선업 역시 고부가가치 사업 구조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영국과 일본 등이 산업을 다른 나라로 넘긴 것 같은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해외 진출과 자동화, 다른 산업으로의 이전까지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

하지만 온실 속에 살아온 많은 중소부품업체는 이런 산업 변화의 파고를 제대로 넘을 수 있을까. 일부 중소기업들은 전속 거래의 불공정 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제재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공정거래 문제로 국한해 다룰 사안만은 아니다. 산업 구조조정의 관점에서 중소부품업체들이 온실 밖으로 나왔을 때의 상황을 산업계와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정세진 산업부 기자 mint4a@donga.com


#중소벤처기업#중소기업#중소부품업체#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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