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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조수진]‘나쁜 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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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조수진]‘나쁜 빨대’

조수진 논설위원 입력 2017-11-09 03:00수정 2017-11-0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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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한창이던 2009년 4월 22일. A 방송사가 ‘특종’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을 보도했다.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이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 생일 선물로 스위스제 명품시계 2개를 건넨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보석이 박힌 시계는 P사의 것으로, 개당 1억 원짜리라고 했다. 다음 날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우리(검찰) 내부의 ‘나쁜 빨대’를 반드시 색출하겠다”고 했다. 검찰의 누군가가 취재원임을 인정한 것이다. ‘빨대’란 정보를 흘려주는 사람을 뜻하는 은어(隱語)다.

▷노 전 대통령 소환 조사(4월 30일) 10여 일 뒤인 5월 13일, 이번엔 B 방송사가 ‘특종’이라며 시계 후속 보도를 내놨다. 노 전 대통령이 조사 당시 시계 관련 질문을 받자 권양숙 여사가 논두렁에 버렸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5월 23일 목숨을 끊었고,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은 6년 뒤인 2015년 2월 인터뷰에서 “명품 시계 보도는 국가정보원이 주도했다”며 국정원을 ‘나쁜 빨대’로 지목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의뢰한 ‘논두렁 시계’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로써 이 전 부장, 홍 전 기획관, 노 전 대통령 주임검사였던 우병우 전 중수1과장의 조사가 불가피해졌다. 국정원 비위 의혹 수사가 결국 검찰을 향하게 된 것이다. 홍 전 기획관은 거액 수임료 문제로 수감돼 있고, 우 전 과장은 민정수석 시절 최순실 씨 국정 농단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로 기소돼 있다. 미국에 있는 이 전 부장은 8일 이메일을 통해 “시계 보도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로 이뤄졌다”고 거듭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가 2009년 수사와 닮은꼴이란 내부 비판이 많다. 수사팀 외엔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줄줄이 새나가고 있다. 수사의 정당성, 보도의 중립성을 위해선 검찰도, 언론도 나쁜 빨대의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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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논설위원 jin0619@donga.com
#박연차 게이트#노무현 뇌물수수 의혹#국가정보원#서울중앙지검#국정원 댓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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