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통큰 계약 中 “몸풀기 불과… 내일 더 좋은일 있을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트럼프 중국으로]대규모 기업단 동행 트럼프 환대… 비행기-농산물 등 추가투자 시사
정치국 위원인 양제츠가 공항 영접… CCTV “매우 수준 높은 의전 준비”

8일 오후 2시 36분(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 에어포스원이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공항에 도착했을 때 영접 나온 인사는 이번에 권력 핵심인 공산당 정치국 위원(총 25명)에 진입한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이었다.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방중 때는 정치국 위원보다 급이 낮은 중앙위원인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맞이했다. 양제츠는 미중 관계 전문가로 그의 정치국원 발탁은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2기에서 미중 관계를 가장 중시할 것이라는 신호로 읽혔다. 양제츠의 영접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제스처로 풀이된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트럼프 대통령 도착 직후인 2시 42분 첫 보도를 내보낸 뒤 반복해서 도착 사실을 알리면서 “정상회담 등 공식활동 이외에 매우 높은 수준의 의전으로 준비한 비공식 상호 활동(쯔진청 방문)이 있다”며 이를 “‘국빈방문+’(국빈방문 이상이라는 뜻)”로 표현하며 한껏 분위기를 띄웠다. 공항에서는 대규모 의장대와 군악대가 출동했으며 중국 어린이들이 미국 성조기와 중국 오성홍기를 번갈아 흔들었다. 대통령 내외가 탄 차량 행렬이 공항을 떠나는 순간까지 어린이들은 펄쩍펄쩍 뛰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AP통신은 이를 “중국이 신경 쓴 흔적이 보였다”고 평가했다.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통해 마오쩌둥(毛澤東)에 버금가는 권력 집중에 성공한 시 주석은 중화민족의 부흥인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해 강조한 상호 공영과 협력의 신(新)국제관계의 성공 사례로 미중 협력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중국은 19차 당 대회 이후 첫 국빈방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러시아 대선 개입 수사 등으로 최악의 지지율을 보이며 국내 정치 기반이 취약해진 트럼프 대통령도 무역·투자와 북핵 문제에서 방중 성과가 필요한 만큼 시 주석과의 우애를 연출했다.

중국이 7일 전격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평양 여행을 잠정 금지한 것도 주목된다. 대북 압박을 강화하라는 트럼프의 요구에 화답하는 모양새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여행 금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에 포함되지 않아 중국의 독자 제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대북 소식통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포함되지 않은 여행 금지를 중국 당국이 내린 것으로 파악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은 매년 4400만 달러의 외화를 관광을 통해 벌어들이며 그중 80%가 중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 주석은 최고경영자(CEO) 29명 등 대규모 기업 방문단을 이끌고 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십억 달러의 투자 협정 및 수입 확대 약속이라는 선물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미국 측과 90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왕양(汪洋) 부총리는 “오늘 협약은 몸풀기에 불과하고 내일은 더 좋은 일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NBC는 “에너지 농산물 비행기 등 제품 수입 및 투자 협정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9일 오전 회담에서 시 주석이 북핵과 미중 불균형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세우는 정도의 선물보다 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MCP)는 “국내외에서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약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당 대회 이후 ‘강해진’ 시 주석에게서 원하는 걸 얻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당 대회를 통해 강조한 ‘하나의 중국’, 즉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원칙을 존중하고 중국과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하되 시 주석과 대립하는 모양새는 피할 가능성이 있다. 시 주석 역시 북핵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되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압박이나 정권 붕괴는 결코 안 된다며 대화 복귀를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한기재 기자
#트럼프#중국#미중#시진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