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별별과학백과]버려지는 휴대전화에서 금을 찾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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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지역에 있는 비행기 무덤. ⓒCobatfor(wikimedia)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지역에 있는 비행기 무덤. ⓒCobatfor(wikimedia)

○ 버려지는 전자제품이 점점 늘어난다는데…

우리는 하루 종일 수십 가지의 전자제품을 이용하며 살아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각종 전자제품은 점점 꼭 필요한 물건으로 자리 잡고 있거든요. 가장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폰을 꼽을 수 있어요. 2010년 14%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7년 85% 정도로 급격하게 증가했어요. 과거에는 일부만 사용하는 귀한 물건이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필수용품이 된 거죠.

사람들이 사용하는 전자제품의 종류가 늘어날수록 버려지는 전자제품이 많아져요. 실제로 우리나라가 속한 아시아 지역에서 방출된 전자쓰레기는 최근 5년 사이 62.7%나 증가했어요. 가장 많은 전자쓰레기를 배출한 국가는 중국이고 그 다음은 일본, 우리나라는 3위였답니다. 우리나라는 1인당 평균 16.5kg의 전자쓰레기를 한 해 동안 배출하고 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전자쓰레기는 세계 곳곳에서 무덤을 이루고 있어요. 미국 애리조나주의 사막에 있는 비행기 무덤이 그중 하나예요. 이곳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퇴역한 4000대 이상의 군용기가 모여 있지요. 면적은 축구장 1430개 정도로 엄청난 규모예요. 일부는 수리해서 중고로 판매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기약 없이 방치되고 있답니다.

쓸모없어진 전자제품이 다른 나라로 몰래 버려지는 경우도 있어요. 아프리카 가나의 아크라 지역 빈민촌에는 매주 전 세계에서 폐전자제품이 배달돼요. 아크라 지역을 흐르는 오다우강에는 컴퓨터 모니터와 키보드가 둥둥 떠다니고, 강변을 따라 쓰레기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어요. 이 지역 주민들은 폐전자제품에서 나오는 납이나 수은, 카드뮴 등의 유독 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에요.

1989년 대부분의 국가는 폐전자제품을 포함한 유해한 쓰레기를 다른 국가에 버리는 것을 금지하는 바젤협약을 맺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몇몇 나라들이 이 쓰레기를 ‘중고제품’으로 둔갑시켜 다른 나라에 버리고 있어요. 선진국에서 처리하는 것보다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에요. 그 결과 가나 아크라뿐만 아니라 중국 구이유나 인도와 파키스탄 등 가난한 나라의 많은 도시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온 폐전자제품으로 몸살을 앓고 있답니다.

부품이 블록 형태로 들어 있어 사용자가 직접 수리할 수 있는 페어폰. 이처럼 기업이 자원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Fairphone(Flikr)
부품이 블록 형태로 들어 있어 사용자가 직접 수리할 수 있는 페어폰. 이처럼 기업이 자원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Fairphone(Flikr)

○ 안전하게 분해하고 친환경적으로 처리

전자제품에는 금, 은, 구리 등 다양한 금속이 포함돼 있어요. 금속을 재활용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도 낭비겠죠? 그래서 많은 나라들은 전자제품에서 금속을 뽑아내고, 재활용하는 ‘도시광산’ 산업에 몰두하고 있답니다.

도시광산은 천연광산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금속을 얻을 수 있어요. 한 예로 천연광산에서 금을 얻으려면 금광석이라는 광석을 찾고, 이 광석을 녹여 금만 뽑아내야 해요. 금광석 1t에는 약 4∼5g의 금이 들어 있지요. 반면 버려진 폐휴대전화 1t을 모으면 400g의 금을 얻을 수 있답니다.

보통 전자제품에서 금속을 추출할 때는 부품별로 분해하는 과정이 가장 먼저 이뤄져요. 이때, 부품별로 정밀하게 분류할수록 최종적으로 얻는 순수한 금속의 양이 늘어나지요. 하지만 이 과정을 사람이 직접 하면 부품별로 완벽하게 분해하지 못해요. 전자제품마다 부품과 크기, 디자인이 제각각이거든요. 잘못하면 배터리가 폭발하거나 전자제품 안에서 납이나 카드뮴 같은 유독 물질이 흘러나올 수도 있지요.

애플에서 개발한 아이폰 분해 로봇 ‘리엄’의 모습. ⓒApple
애플에서 개발한 아이폰 분해 로봇 ‘리엄’의 모습. ⓒApple
그래서 과학자들은 기계를 이용해 전자제품을 정밀하게 분해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애플에서 아이폰을 분해하는 로봇인 ‘리엄(Liam)’을 개발했어요. 리엄이 아이폰 한 대를 해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1초예요. 손톱 크기보다 작은 나사까지 분리할 수 있어서 아주 적은 양의 금속도 추출할 수 있어요. 또 밀폐된 유리 공간 안에서만 작업하기 때문에 아이폰 내부의 유독 물질이 외부로 새어나오지 않는답니다.
 
○ 성공의 열쇠는 폐전자제품 회수

도시광산 산업이 성공하려면 폐전자제품을 수거하는 것이 꼭 필요해요. 또 수거된 폐전자제품에서 금속을 추출하고, 이 금속을 다시 제품으로 만드는 기술까지 함께 발전해야 하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폐전자제품이 집 안에 방치되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회수되는 양이 매우 적어요.

실제로 ‘어린이과학동아’ 독자 200명을 대상으로 사용하지 않는 휴대전화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조사해 봤어요. 그 결과 응답자의 절반은 집에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평균 1.45개의 휴대전화가 집에 잠들어 있었지요. 수거함에 버리는 사람은 12%, 중고제품으로 판매한 사람은 11%에 불과했어요. 무려 19개의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가정도 있었답니다.

일본은 전자제품 수거율을 높여 도시광산 산업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예요. 재활용 산업이 발전한 기타큐슈시는 쓰레기 봉지가 4종류나 될 정도로 분리배출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어요. 그 결과, 이 도시는 가전제품 회수율이 50% 정도로 높답니다. 현재 일본은 도시광산에서 세계 매장량의 16%에 달하는 금을 채취해 보유하고 있어요. 또 이 금을 이용해 2020년 도쿄 올림픽 메달을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답니다.
 
박영경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longfestival@donga.com
#미국 애리조나 비행기 무덤#아이폰 분해 로봇 리엄#페어폰#폐전자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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