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들려주는 이야기에 흠뻑 취한 2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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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발레 ‘안나 카레니나’

남편과 연인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는 발레 ‘안나 카레니나’의 주인공 안나(가운데). 국립발레단 제공
남편과 연인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는 발레 ‘안나 카레니나’의 주인공 안나(가운데). 국립발레단 제공
몸이 말을 건다.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에서 느낄 수 있는 신비한 경험이다.

방대한 톨스토이 원작을 1시간 50분 정도로 압축했다. 원작을 책이나 영화로 보지 않은 관객은 이야기를 쫓기가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무용수의 움직임만으로도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드라마 발레를 표방한 이번 작품은 그 어떤 작품보다 연극적인 움직임이 많다. 원래 발레가 몸으로 말하는 예술이라고 하지만 이번 작품은 마임 같은 움직임만으로도 인물의 감정 등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발을 들어 올리더라도 감정에 따라 높이가 다르고, 팔을 상대방 목에 휘감을 때도 정도에 따라 사랑을 갈구하는 진폭이 변한다. 무용수들의 동작은 섬세하면서도 정확하다. 현대발레, 고전발레 등을 자유롭게 오간 안무가 크리스티안 슈푸크 스위스 취리히 발레단 예술감독의 안무는 물론이고 그것을 표현한 국립발레단 주역 무용수들의 능력도 뛰어나다.

나무 몇 그루, 의자 몇 개, 샹들리에, 영상을 비춰주는 흰 천, 목제 테이블 등 무대소품은 단출하다. 하지만 효과적인 연출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시키며 기차역, 경마장, 무도회장, 들판 등을 수시로 오간다. 서정적인 라흐마니노프와 강렬한 루토스와프스키 음악은 원래 발레 음악으로 작곡되었나 싶을 정도로 극에 잘 어울린다.

한국 발레의 세계적 수준을 보여주고 싶었던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의 시도는 꽤 성공적이다. 내년 2월 10, 11일 이 작품은 강릉 올림픽아트센터 무대에 다시 오른다. ★★★★(★ 5개 만점)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발레#국립발레단#안나 카레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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