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슈 민 리치 “한국-미국 어디든 어울리는 얼굴… 뿌리 찾으러 왔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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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입단한 매슈 민 리치

매슈 민 리치처럼 해외 무용수가 국내에서 6개월 이상 머물며 한국 무용수와 활동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외국 동료들이 쇼핑에 대해 많이 물어봐요. 한국 패션이 유명하거든요. 제가 잘 활동하면 그 뒤로 동료들도 한국에 많이 올 것 같아요.”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매슈 민 리치처럼 해외 무용수가 국내에서 6개월 이상 머물며 한국 무용수와 활동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외국 동료들이 쇼핑에 대해 많이 물어봐요. 한국 패션이 유명하거든요. 제가 잘 활동하면 그 뒤로 동료들도 한국에 많이 올 것 같아요.”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긴 생머리가 눈에 띄는 오른쪽 얼굴을 보면 영락없는 외국인처럼 보인다. 반면 왼쪽 얼굴을 보면 짧게 자른 머리 탓에 토종 한국 사람 같다. 9월부터 국립현대무용단에 합류한 매슈 민 리치(한국명 윤영민·31)의 비대칭적인 헤어스타일을 보면 한국계 미국인인 그의 정체성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미국 뉴욕에 있는 한인 미용실에서 잘랐어요. 보는 각도에 따라 한국인 또는 미국인처럼 보인다고 하더군요. 한국, 미국 어디든 잘 어울릴 수 있잖아요.”

그는 10∼12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슈팅스타’ 무대에 선다. 입양인 출신인 그가 한국무용수들과 함께하는 첫 공연이다.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6개월 만에 미국의 한 가정에 입양됐고, 지난해 6월 부산국제무용제 공연으로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성인이 된 후 프로 무용수로 활동하는 바람에 한국에 오고 싶어도 시간을 내지 못했어요. 양부모님이 한국 뿌리를 잊지 않게 한국 문화에 대한 영상과 사진을 많이 보여줬어요. 미국에서 한인 입양가족 모임에도 자주 데려가 주셨죠.”

그의 중간 이름은 ‘민’이다. 양부모님이 ‘민’이 성이라고 생각해 중간 이름으로 넣은 것이다. “지난해 입양기관에 가서 제 서류를 찾아보고 민이 아니라 윤이 성인 것을 알았어요. 그동안 민윤영이 제 이름인 줄 알았던 거죠. 그만큼 한국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12세 때부터 재즈 댄스로 춤과 인연을 맺은 그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2005년 뉴욕의 시더레이크 컨템퍼러리 발레단에 정단원으로 입단했다. 2003년 창단된 시더레이크 발레단은 2015년 문을 닫을 때까지 세계적으로 재능 있는 무용수와 오하드 나하린, 지리 킬리안 등 세계적인 안무가와 협업하며 최고의 현대발레단으로 이름을 알렸다.

“10년간 세계 최고의 무용수들과 함께 활동하며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2008년 시더레이크 발레단에 입단한 한국인 현대무용가 최수진을 만나면서 고국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고 호기심을 키워 왔어요.”

미국,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그는 2015년 미국 무용잡지 ‘포인트 매거진’의 우수공연 12의 대표 무용수로 소개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댄스 매거진’의 2010년 9월호 표지 모델로도 섰다. 세계 각지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그가 한국행을 택한 것은 한국을 제대로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대무용은 나라마다 스타일이 달라요. 최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의 현대무용과 한국 문화를 좀 더 깊게 알고 싶어서 오디션에 지원했어요. 한국무용도 배워보고 싶어요. 물론 궁극적으로는 한국에서 살면서 제 뿌리를 알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는 “해외에서 활동할 때는 제 검은 머리가 항상 튀었는데, 이번 작품을 연습하면서 거울에 검은 머리의 무용수만 보이니 무척 신기했다”며 “아직은 낯설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나 저 자신도 스스로를 한국인으로 생각하게 될 날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매슈 민 리치#국립현대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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