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호텔서도 훈련” 독종 MVP 양현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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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이어 정규시즌까지 첫 석권
“남들 외출해도 혼자 몸 만들어 8년전 KS 패전 딛고 이 자리에… 아들은 이 고생 시키고 싶지 않아, KIA 남아 강팀 이미지 굳힐 것”

이날만큼은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야구 선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양현종(29·KIA)이 6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데 이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양대 MVP를 동시 석권했다. 양현종은 “정말 꿈같은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이 꿈에서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년에도 꼭 KIA 유니폼을 입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올 시즌을 앞두고 KIA와 1년 계약을 맺은 양현종은 아직 구단과 다음 시즌 계약 논의는 시작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양현종은 가장 영광스러운 날 잔류를 선언했다. “내년에도 우승을 위해 남고 싶어서 단장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개인적으로 영구결번이 가장 큰 꿈이다. 또 팀이 2009년에는 12년 만에, 올해는 8년 만에 우승했는데 이제는 연속 우승을 해서 상대팀에 정말 KIA가 강팀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MVP가 말해주듯 올 시즌 최고 선수로 인정받았기에 본인이 원한다면 어느 구단과도 계약할 수 있는 양현종. 하지만 그의 마음은 그저 KIA만을 향해 있다. 양현종의 성장이 곧 KIA의 성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8년 전 프로 3년 차 풋내기 양현종은 2009년 KIA와 SK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처음으로 선발 등판해 5와 3분의 2이닝 3실점 패전 투수라는 성적을 남겼다. 팀은 통산 10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지만 양현종은 이렇다 할 명함을 내밀 수 없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양현종은 정규시즌 최다승(20승)을 거둔 거물로서 마운드에 올랐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122개의 공을 던지며 안타 4개(2볼넷)만 허용한 채 삼진 11개를 잡고 생애 첫 한국시리즈 승리를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그 무대에 신인 시절 자신을 지도했던 간베 도시오 코치를 초청한 양현종은 “제자 양현종이 이렇게 컸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8년 전 어린 양현종이 아니라 팀을 이끄는 양현종의 모습으로 반드시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5차전에서는 생애 첫 세이브까지 거두며 KIA V11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했다.

물론 8년의 세월이 절로 에이스 양현종을 만든 것은 아니다. 양현종은 “그 누구보다 노력을 많이 했다”고 자부했다. “2008, 2009년 원정에 가면 호텔 옥상에서 밸런스 잡는 연습을 많이 했다. 다른 선수들이 외출할 때도 독기를 품고 몸을 만들었다. 꼭 잘되고 싶었다. 그랬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마운드 위 고독한 에이스가 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겪어낸 아픔은 “아들에게도 야구선수를 시킬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에 녹아났다.“다들 야구선수라면 정말 편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20m 뛰고 쉬고, 공 15개 던지고 쉬고. 하지만 겉만 본 것이다. 나 역시 스트레스, 책임감, 긴장감 다 겪어 봤기에 아들한테는 이런 고생은 안 시키고 싶은 게 아빠 마음이다. 혹시 운동신경을 닮았다면 시켜보겠지만 부담감, 스트레스까지 아들에게 물려주기는 힘들 것 같다.”

2년 전 시상식 때 양현종은 KIA 선수로는 유일하게 상(평균자책 1위)을 받은 뒤 “다음에는 KIA 선수들과 손잡고 함께 오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 바람은 이날 완벽히 이뤄졌다. 16개 타이틀 중 6개가 KIA 선수들의 손에 갔다. 득점왕 버나디나는 외국인 선수로는 유일하게 시상식에 참여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야구#기아타이거즈#양현종#프로야구 시상식#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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