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버티다… 부러진 유승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홍준표 등 썩은 보수와 함께 못해”
남경필 “질렸다, 정치 같이 못해”

“유승민 의원(사진)만 남았다.”

5일 열린 바른정당 심야 비공개 의원총회가 2시간 40분간 대화 끝에 한 차례 정회하자 한 의원이 기자들에게 귀띔했다.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전당대회를 위한 바른정당의 전대 연기로 의견이 모아지는 가운데 유 의원만 동의하면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였다. 그러나 1시간도 안 돼 결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복수의 의원은 유 의원이 의총 때 ‘썩은 보수’를 언급하며 통합 전대를 반대했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썩은 보수와 함께할 수 없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서청원 최경환 의원과 같은 선상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한다. 보수 통합을 위해선 홍 대표도 ‘인적 청산 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더 큰 데로 가서 보수 개혁도 하고 정치의 뜻도 펼치라”고 설득하던 의원들도 “그만 됐다”고 포기했다. 유 의원은 대통령 선거 때도 홍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 요구에 “홍 후보는 너무나 결핍 사항이 많아서 도저히 보수의 품격을 유지할 수 없다”며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분열의 책임을 유 의원에게 몰아가는 모양새다. 분당을 막기 위해 통합 전대를 설득했던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의총 직후 “유 의원에게 질렸다. 그와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의원은 “정말 실망했다”고 했고, 한 당내 인사는 “유 의원만 양보하면 됐는데…”라고 했다.

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같이 탈당할 때 저는 끝까지 새누리당에 남아 개혁해보려 했고, 지금 탈당하신 분들이 제일 먼저 탈당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개혁적 보수의 초심을 지키지 못해 대단히 안타깝고 서운하다”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유승민#바른정당#탈당#자유한국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