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원 달구는 “사법행정-재판 분리” “성급한 결정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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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게시판에 판사간 이견 팽팽

법원 사법행정의 중추인 대법원 법원행정처 개편 방안을 놓고 법원 내부 논란이 뜨겁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행정 권한은 대법원장에게 있다. 법원행정처는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9월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일부 판사가 대법원장이 행정에 관여하지 않도록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법원행정처의 새로운 운영 방식을 결정할 위원회 구성에 국제인권법연구회 판사들이 주도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의 지명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일부 판사들은 심도 있는 검증과 토론 없이 급진적인 개편을 추진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 “행정과 재판 분리해야”

1일 국제인권법연구회 핵심 멤버인 김영식 광주지법 부장판사(50·사법연수원 30기)는 법원 내부 게시판 코트넷에 ‘사법행정과 재판의 분리’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사법행정과 재판을 분리해서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관료적 요소를 없애야 하고 그러기 위해 대법원장이 행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논리다.

김 부장판사는 또 “대법원장을 대신할 새로운 사법행정의 최고 정책결정기구를 만들고 법원행정처를 재편하는 데 법관 사회의 총의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으로 법관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차성안 전주지법 군산지원 판사(40·35기)가 이날 코트넷에 올린 글의 골자는 △법원행정처 판사의 ‘상근(常勤)제도’ 폐지 △법원행정처 운영위원회 신설 △운영위의 합의제 의사 결정이다. 차 판사는 운영위 구성원의 절반을 법관회의가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법관회의 주도 개편 반대”


이에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48·25기)는 2일 ‘법관 독립의 진정한 의미’라는 제목의 글을 코트넷에 올려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한 후 그 권한이 별다른 의문이나 토론도 없이 법관회의나 법관회의가 하부로 위임한 특정 기구에 무비판적으로 당연히 귀속되는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유럽 여러 나라는 사법행정의 주요 권한을 별도의 헌법기관인 사법평의회에 위탁하고 있다”며 “우리 사법부 관계자들은 이런 방식의 생각이나 토론을 외면하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앞서 7월 국회의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는 사법행정 전반을 담당할 헌법 기구인 사법평의회 설치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건의했다. 사법평의회는 국회에서 선출하는 위원 8명과 대통령이 지명하는 2명, 법관회의가 선출하는 6명 등 모두 16명으로 구성된다.

부산지법의 한 판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선 판사들이 모인 법관회의에 대해 “시험으로 판사가 된 법관들은 국민으로부터 받은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관회의가 사법행정에 관여할 게 아니라 국회와 행정부가 사법행정권을 갖는 유럽식 사법평의회제도가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호재 hoho@donga.com·배석준 기자
#법원#사법행정#재판 분리#사내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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