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맨’ 정현호 컴백… 신설TF 맡아 전략-재무 총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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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장단 인사]삼성전자 사장 7명 승진

3월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회사를 떠났던 정현호 전 삼성 인사팀장(사장)이 2일 삼성전자로 재입사했다. 정 사장은 신설된 사업지원TF장을 맡아 삼성전자 내 전략과 재무 기능을 총괄한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신임하는 최측근인 정 사장의 복귀로 ‘이재용 친정체제’ 구축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날 7명의 사장 승진 인사도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3개 사업부문장을 모두 교체하며 ‘인적 쇄신’ 신호탄을 쏘아 올린 지 이틀 만이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만큼 승진 규모는 2013년(8명) 이후 최대다.

삼성전자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1심 유죄 선고 직후 더 이상 리더십 공백이 길어져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직접 지휘한 인사”라고 전했다.

정 사장이 이끌 사업지원TF는 삼성전자의 재무와 전략, 필요한 경우 인사까지 총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S 등 전자 계열사들 간 업무를 조율하고 투자 등 장기 전략도 세운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후 나타난 업무 중복 등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미전실 부활’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사업지원TF 조직 규모는 최소화하고 종전 미전실 기능 중 법무, 기획, 홍보 등은 배제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가능한 한 소규모로 운영하면서 미전실 출신이 아닌 사람들도 TF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된 이상훈 사장의 후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노희찬 삼성디스플레이 경영지원실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맡는다. 삼성전자는 경영지원실장인 CFO를 고참급 사장에게 맡겨 왔다.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신임 사장에게 맡겼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정현호 사장이 최고참 사장으로서 신임 CFO와 부문별 CEO들을 이끌어가는 구조”라고 해석했다.

이번에 사장 승진자 7명은 전원 50대다. 승진자 평균 나이는 55.9세. 삼성전자 측은 “그동안 해당 사업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 온 50대 젊은 사장들을 경영 전면에 내세워 세대교체를 통한 과감한 경영 쇄신을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삼성의 오랜 인사 원칙도 지켜졌다.

3분기(7∼9월)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률 50%의 기록을 세운 반도체 부문은 4명이나 사장으로 승진했다. 반도체 부문에서 한 번에 사장 승진자 4명을 배출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기존에 부사장들이 맡아 왔던 △메모리사업부장 △시스템LSI사업부장 △파운드리사업부장을 모두 사장급으로 승격시켜 힘을 실어줬다.

황득규 사장은 부품(DS) 부문에서 구매, 감사, 기획팀장 등을 거치며 중국 시안반도체 단지 구축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11년 이후 6년 만에 새롭게 중국삼성 수장을 맡게 됐다.

소비자가전(CE)과 IT모바일(IM)은 부문장에게 사업부장을 겸임하도록 했다. 이전까지 삼성전자는 부문장 아래 사업부장들을 따로 뒀는데 ‘옥상옥’ 구조를 없앤 것이다. 효율성과 빠른 의사 결정을 강조하는 ‘이재용식’ 인사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김현석 CE부문장이 생활가전사업부장을 겸임하며 고동진 IM부문장이 무선사업부장을 겸임한다. 김 부문장이 맡았던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장은 한종희 부사장이 승진해 맡는다.

주목할 부분은 이날 확대 재편된 세트 부문 연구소인 ‘삼성리서치’다. 김 CE부문장이 이곳을 함께 이끈다. 기존 DMC연구소와 소프트웨어(SW)센터를 통합한 조직으로 전 세계 24개 연구 거점과 2만여 명의 연구개발(R&D) 인력이 선행 연구를 한다. 삼성전자 측은 “그동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그리고 CE와 IM으로 각각 나뉘어 있던 연구조직을 사장급 조직으로 통합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보안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 백스터 신임 북미총괄 사장이 순수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눈에 띄는 인사다.

삼성전자 인사가 발표된 후 다른 전자 계열사도 대표이사 사장 인사를 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권오현 부회장 후임으로 이동훈 OLED사업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삼성SDS는 정유성 사장이 사임을 표명함에 따라 홍원표 솔루션사업부문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선종 사장이 사임을 표명한 삼성벤처투자는 삼성화재 경영지원실장인 전용배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삼성전자 및 전자 계열사들은 다음 주 중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를 발표한다. 이어 금융 및 서비스 계열사들도 이달 중으로 인사를 마무리 짓는다는 목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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