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서양은 도덕적 느슨” 일기에 기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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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자료 47만여건 추가 공개… 228쪽짜리 개인 일기장 포함
PC엔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도

9·11테러 주모자로 2011년 5월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미군 특수부대에 사살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소장 자료 47만여 건이 1일 공개됐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빈라덴의 자료를 2015년 5월부터 이번까지 네 차례 공개했는데, 이날 공개된 것이 가장 방대하다. 47만 건 중에는 이미지 및 음성 파일 7만9000개와 비디오 파일 1만여 개가 포함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은 이날 “오늘 공개된 알카에다의 편지, 영상, 음성 파일 및 기타 자료를 통해 미 국민들이 테러 조직의 계획과 활동에 대해 더 깊은 통찰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개된 자료 중에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228쪽짜리 빈라덴의 개인 일기장이다. 그러나 CIA가 자료에 대해 어떠한 번역이나 설명을 제공하지 않아 일기 전체 내용이 알려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CIA로부터 미리 몇 가지 서류를 건네받았다는 미국의 웹사이트 ‘롱워저널’에 따르면 일기 속에는 빈라덴이 14세 때 10주간 영국을 방문했던 소감이 포함돼 있다.

빈라덴은 일기에 “매주 일요일 셰익스피어 생가를 찾았다. 하지만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우리 사회와는 다른 사회라는 것을 봤다. 거기는 도덕적으로 느슨한 사회였다”고 서술했다. 빈라덴이 영국을 방문했다는 사실은 이날 공개된 일기를 통해 처음 확인된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빈라덴이 10대 때 여름 영국을 여행하면서 서양이 타락한 곳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빈라덴의 컴퓨터에는 미국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 유튜브의 세계적 화제 영상인 ‘찰리가 내 손가락을 물었어요’ 등의 영상물과 뜨개질 교육 영상 등이 들어 있었다.

CIA는 저작권과 음란물 등의 이유로 아직 공개하지 않은 자료의 목록도 이날 함께 공개했다.

빈라덴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영화 ‘오사마 빈라덴을 찾아서’(2008년)와 CNN이 방영한 ‘세계 최악의 현상수배범’ 등 자신을 다룬 영상물을 가득 갖고 있었다. 이 밖에 비디오게임인 ‘레지던트 이블’ ‘파이널 판타지7’ 등과 다수의 음란 동영상도 이날 리스트만 공개됐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빈라덴#cia#9·11테러#애니메이션#톰과 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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