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소원 이뤄 행복해했던 딸이… 너무 착했던 아내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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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들 안타까운 사연

화물차 폭발 사고로 아내를 잃은 송모 씨가 사고현장에서 무릎을 꿇고 오열하고 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화물차 폭발 사고로 아내를 잃은 송모 씨가 사고현장에서 무릎을 꿇고 오열하고 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사고가 꿈 많은 사회 초년생의 목숨을 앗아갔다.

2일 경남 창원터널 앞에서 발생한 화물차 폭발사고로 숨진 배모 씨는 3개월 전 꿈에 그리던 정규직에 취직했다. 배 씨의 이모부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착한 조카였다”고 말했다. 이모부는 취직이 어려운 때에 임시직으로 일하다 큰 회사 정규직으로 취직한 조카가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일요일인 5일 배 씨는 또래 친척들과 ‘단합 모임’을 가질 예정이었다. 모임에서 배 씨는 총무를 자처할 정도로 책임감도 컸다. 이모부는 “요즘 친척이라고 해도 젊은 애들이 잘 모이지 않는데 조카는 자기가 모임을 이끌 정도로 가족에게 항상 착하고 마음이 고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에는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친구를 처음 집안 어른께 소개했다고 한다.


사고 당시 배 씨가 운전하던 스파크 차량은 3개월 전 어머니가 물려준 것이다. 배 씨가 직장을 먼 곳으로 옮기게 되자 준 것이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외근 활동도 많은 직장생활이었지만 배 씨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도 세무서에 세금 신고를 하러가던 배 씨는 남해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가장 가까운 경로로 창원터널을 골랐다. 고속도로까지 10분이면 갈 거리를 앞두고 뜻하지 않은 참사가 배 씨를 덮쳤다.

특히 사고 순간 배 씨는 어머니에게 마지막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어머니는 “내가 차를 물려주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불에 탄 배 씨의 차량은 큰 기름통이 운전석 문을 가로막고 있었다. 배 씨는 탈출하려다 실패한 듯 조수석에서 숨져 있었다.

이날 사고로 사망한 유모 씨의 남편 송모 씨는 연신 담배를 입에 물며 “현장을 가서 봤는데 미치는 줄 알았다고. 눈물밖에 안 나더라고”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 현장을 직접 본 충격 탓인지 자꾸 몸을 떨었다.

그에게 아내는 ‘너무도 착했던’ 사람이다. 이날 유 씨는 경남 김해시 장유동에 사는 딸 집에 가다 변을 당했다. 유 씨는 늘 조심스럽게 운전했다. 신호등이나 규정 속도를 어긴 적이 없다. 송 씨는 이날도 아내가 평소처럼 운전했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반대편 도로에서 날아오는 기름통까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사람 잘못으로 그런 것도 아닌데…운전을 잘못해서 그랬으면 모르겠는데 불길이 넘어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

송 씨는 울먹였다. 아내의 사망으로 가족 모두의 가슴에 상처가 남았다고 했다. 숨진 유 씨의 아들과 딸 모두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송 씨는 담배를 끄며 말했다. 그는 “사고 원인을 명확히 밝혀서 사고가 다시는 안 일어나게 해주면 좋겠다. 우리 가족은 다른 걸 바라는 게 없다”고 당부했다.

창원=구특교 kootg@donga.com / 서형석 기자
#창원터널#폭발#사고#운전자#사망#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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