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작… 커엽다… 오지다… 방송에까지 스며든 ‘급식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청소년들이 사용한다는 급식체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위 사진)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급식체 더빙 콘텐츠의 한 장면.
청소년들이 사용한다는 급식체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위 사진)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급식체 더빙 콘텐츠의 한 장면.
인터넷 은어 ‘급식체’가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넘어 최근 방송 프로그램에까지 상륙했다.

급식체는 ‘급식’을 먹는 나이인 중고교생이 쓰는 언어라는 의미다.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 ‘SNL코리아 시즌9’는 유명 강사의 강의를 패러디해 ‘오지다’ ‘지리다’ ‘ㅇㅈ’ 등의 의미를 소개했다. ‘급식체 특강’이란 제목의 이 코너에선 드라마 ‘도깨비’의 대사나 ‘구해줘’의 방언 장면을 급식체로 바꾸어 패러디하기도 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너무 충격적이거나 아주 놀라울 때 ‘오지다, 지리다’란 말을 사용한다”며 어떤 상황에서 해당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지 영상 자료를 보여준다. 사실 ‘오지다’와 ‘지리다’는 국어사전에 나오는 표준어로, 각각 ‘마음에 흡족하게 흐뭇하다, 야무지고 알차다’, ‘대소변을 참지 못하고 조금 싸다’는 뜻이다.

출연자는 칠판에 ‘머박’이란 단어를 보여주며 “머박이라고 쓰지만 ‘대박’이라고 읽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는 “원래 글자와 다른 비슷한 글자로 대체되는 음운 착시 현상이다”라고 덧붙였다. 같은 원리로 ‘띵작’은 ‘명작’으로, ‘커엽다’는 ‘귀엽다’로 바꿔서 읽어야 한다. 초성 ‘ㅇㅈ’의 경우엔 ‘인정’을 줄여 부르는 말이므로 본래 단어로 읽어야 한다.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병맛 더빙’이라며 만화영화 등을 급식체로 바꾸어 더빙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다. 세종대왕이 주인공인 만화의 대사를 급식체로 바꾸어 녹음해 ‘급식정음’이라며 자막과 함께 보여주는 식이다. “재밌는 유행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하지만 해당 단어가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맥락을 알지 못한 채 재미로만 즐기는 것은 문제라는 시선도 있다.

급식체는 본래 인터넷 개인방송 운영자의 유행어로 청소년들뿐 아니라 디시인사이드 등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사용해온 말투다. 방송에 소개되진 않았지만 ‘니애미’ ‘느검(느그 어무이)’ 등 부모 비하 용어나 ‘앙 기모띠(기분이 좋다)’라는 일본 음란물에 등장하는 말처럼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들도 있다.

일선 학교 교사들은 방송 내용과 실제 학생들이 사용하는 은어는 차이가 있고 방송이 더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이모 씨(42)는 “아이들이 이전에 모르던 단어를 방송을 보고 ‘저런 게 있었냐’면서 배우고, 친구들과 대화할 때 쓴다”며 “감정 전달이 충분히 안 되기 때문에 오해가 생겨 싸우는 일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은어를 대중 매체에서 소재로 사용할 땐 그 영향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유정 강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소수의 언어라도 매체에서 사용된 이후엔 대중적인 단어로서의 지위를 갖게 된다”며 “재미를 위해 문제가 되는 은어를 방송 아이템으로 삼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라고 했다.

SNL 제작진은 “해당 콘텐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능하면 자극적인 말은 기획 단계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세대 간 소통이 큰 주제이자 기획 의도”라고 말했다.
 
::급식체::
 
학교에서 급식을 먹는 중고교생들이 사용하는 말을 가리킨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나 스타크래프트 게임 중계 등을 주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개인방송 운영자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 커뮤니티에선 세종대왕이 주인공인 만화 대사를 급식체로 바꿔 녹음한 뒤 ‘급식정음’이라며 자막과 함께 보여주기도 한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급식체#오지다#띵작#커엽다#급식 먹는 중고생들이 쓴다는 뜻의 인터넷 은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