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피해보는 책통법” “동네 책방 숨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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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3년… 평가 엇갈려

2014년 11월부터 책값 할인율을 최대 15%(가격 10%, 마일리지 5%)로 못 박은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과거와 같은 큰 폭의 할인은 사라졌다. 하지만 카드사 제휴 할인과 편법적인 사은품 등이 기승을 부려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10% 할인 소식을 알리는 2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014년 11월부터 책값 할인율을 최대 15%(가격 10%, 마일리지 5%)로 못 박은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과거와 같은 큰 폭의 할인은 사라졌다. 하지만 카드사 제휴 할인과 편법적인 사은품 등이 기승을 부려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10% 할인 소식을 알리는 2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할인받고 도서를 구매할 수 있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도서정가제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있다. 지난달 5일 청원을 올린 시민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도서정가제를 ‘책통법’으로 비꼬기도 한다”라고 비판했다. 현재까지 이 청원에 함께한 사람이 4800명을 넘어섰다.

모든 책의 할인율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도서정가제가 2014년 11월 도입 이후 일몰 예정인 3년을 맞이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이달 20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3년간 더 유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들과 출판·서점업계의 반응이 엇갈려 제도 정착까지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일단 “책값이 비싸졌다”며 도서정가제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교보문고에서 만난 박대현 씨(30)는 “할인 행사가 많았을 땐 책을 싸게 산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최근엔 책이 비싸다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개정 도서정가제에 대한 인식 및 향후 방향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도서정가제에 반대한다는 소비자 응답이 29.4%로 찬성(28.2%)보다 더 높게 나왔다.

반면 출판·서점업계에선 도서정가제 이후 책 가격의 거품이 빠지고, 다양한 책과 서점이 증가했다며 제도의 효과가 있었다는 의견이 많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조사에 따르면 2014년 1만5631원이던 평균 도서 정가는 2015년 1만4929원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와 올 상반기엔 각각 1만7007원, 1만6757원을 기록하는 등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

주정관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정책위원장은 “할인을 염두에 두고 가격을 높이 책정하는 관행이 많이 없어졌고, 가격 대신 콘텐츠 중심의 경쟁이 자리 잡으면서 신간 발행부수와 작은 서점들이 증가해 도서생태계가 다양해졌다”고 밝혔다.

도서정가제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각종 카드사 제휴 할인과 굿즈(관련 상품) 제공 등의 편법이 근절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체부의 조사 결과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2014년 11월 이후 올 8월까지 1511건의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 2014년 12월 한 달간 17건이 발생했고, 2015년에는 321건, 지난해에는 407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8월 말까지 766건이 적발돼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광주 동구에서 ‘검은책방 흰책방’을 운영하는 소설가 김종호 씨는 “대형 서점의 각종 사은품이나 온라인 서점의 배송비 무료 등의 혜택은 지방 중소 서점이 제공하기 힘들기 때문에 엄격한 도서정가제 시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통체계 정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동네 작은 서점들이 도서정가제로 인해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여전히 유통·배급 문제 등 장애물이 많다”며 “출판 도매업계 지원과 작은 서점 진흥 정책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책통법#도서정가제#도서정가제 폐지를 청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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