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태영호가 경고한 ‘북핵완성→적화통일’ 야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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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김정은은 핵무기 개발을 완료하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한미 군사훈련 축소와 궁극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한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 이후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남한의 미군 철수와 경제 불안을 이용해 적화통일을 달성하는 1970년대 베트남식 공산화 모델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가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밝힌 내용이다.

지난해 7월 탈북한 그는 북한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고위 엘리트였다. 태 전 공사의 증언을 가볍게 흘려들어선 안 되는 이유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 이상의 대남 적화통일 야욕을 품고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북한이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핵 개발을 하고 있다는 우리 사회 일각의 인식이 얼마나 안이한지 새삼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북한이 이렇게 기를 쓰고 핵 무력 완성에 매달리는 이유가 분명한 만큼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군사적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음을 (북한에) 분명히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의 군사적 행동에 따른 북한의 ‘자동적 보복 공격’ 위험성도 경고하며 “군사옵션을 결정하기 전에 비군사적 옵션을 모두 시도해 봤는지 재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최대의 압박’을 가하되 군사적 행동은 최대한 자제하며 마지막 선택지로 남겨둬야 한다는 권고다.

태 전 공사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반가운 일이다. 지난해 7월 망명 이래 국회 출석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였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개석상에서 한동안 사라졌다. 자의든 타의든 대외활동을 자제했던 그가 미 의회 증언을 통해 공개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태 전 공사가 보다 적극적인 활동으로 큰 목소리를 내길 기대한다. 그래야 김정은 정권의 실체를 분명히 알게 되고 우리 사회가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

결국 김정은의 야욕을 꺾기 위해선 북한 주민의 각성을 통한 내부 변화를 추동해야 한다고 태 전 공사는 말한다. 김정은 정권을 흔드는 주민들의 봉기가 당장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김정은 독재집단과 북한 동포를 분리해 보고 인내심을 갖고 북한 내부에 정보 유입 노력을 계속한다면 그런 변화는 어느 순간 도둑같이 올 수도 있다.
#태영호#북한의 주한미군 철수요구#북한 자동적 보복 공격#김정은의 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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