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여영무]美 선제타격론과 우리의 부실한 대응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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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영무 남북전략연구소장
여영무 남북전략연구소장
북-미 간 수많은 섬뜩한 말폭탄들이 오간 다음 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은의 양보할 수 없는 최후 마지노선이 최근 명명백백하게 확인되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은 지난달 21일 모스크바 국제비확산회의에서 “국가주권수호의 유일한 길은 핵 보유뿐이고 미국이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하지 않는 한 핵협상을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연한 북핵 저지 전략 의지를 복창한 것이다.

북핵은 김씨 전제왕조와 한 몸으로 유착되었다. 핵 포기를 왕조 붕괴와 동일시하는 이유다. 북핵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 위협은 물론이고 비핵화를 통한 미국 주도 세계질서 유지 틀을 송두리째 와해한다. 100년간 팍스아메리카나 패권도 사라진다. 미국이 모험을 각오하고라도 북핵을 용납할 수 없는 결정적 이유다.

북핵은 중국과 러시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북핵 해법은 쌍중단(雙中斷) 쌍궤병행(雙軌倂行)이며 최근 러시아도 쌍중단 쪽에 기울었다. 한미 연합훈련부터 중단시키려는 것이다. 1990년대 한미 연합훈련을 일시 중단했지만 북한은 핵개발을 하는 기만극을 벌였다. 쌍중단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범세계적으로 중첩된 제재와 압박으로 위기에 처한 북한은 중국 대신 러시아 쪽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다. 최선희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모교 상트페테르부르크대에서 핵 보유 정당성 선전 기회를 얻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미국은 194국 대 1국(북한)의 틀로 북핵 저지를 위해 첨단군사자산을 총동원하다시피 하며 건곤일척, 일도필살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판문점에서 “우리 목표는 전쟁이 아니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한반도 비핵화다”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은 군사옵션을 테이블 위에 빈틈없이 준비하고 있다.

북핵의 폭발적 위험성은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경우와는 딴판이다. 북한은 70년간 전천후 무력도발과 압제로 지탱된 국제 공인 불량국가다. 폭정왕조, 테러리스트, 범죄국가, 노예국가로 악명 높은 북한 손에 핵이 쥐어진다면 종말론적 대재앙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25년간 실패로 족하다, 나는 실패하지 않는다. 반드시 내가 해결할 것이다. 믿어 달라”고 확언했다. 중국카드와 외교 군사적 압박의 소진 끄트머리엔 선제타격이 필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수를 쓰든 고질적 북핵 문제를 다음 정권으로 떠넘기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 규범을 중시하는 미국이 무모하게 선제타격하진 않을 것이다

선제타격은 북핵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을 때와 북한이 자위권 행사 빌미를 주었을 때 이뤄질 수 있다. 미국은 과거 선제타격 때마다 자기보존권(정당방위) 명분을 내세웠다. 우리는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칭얼대지만 말고 북한과 미국의 북핵 대응전략부터 꿰고 철두철미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 평화를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영무 남북전략연구소장
#도널드 트럼프#김정은#북핵#미국 선제타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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