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포트, 혐의 모두 부인… 트럼프 “러시아와 내통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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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러 특검, 트럼프 캠프 3명 기소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해온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에 의해 돈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대본부장 출신인 폴 매너포트가 지난달 30일 법정에 섰다. 특히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약점을 캐기 위해 러시아와 접촉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캠프 외교정책 보좌관 출신인 조지 파파도풀로스가 “윗선에 보고했다”고 진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게 됐다.

이날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매너포트는 1800만 달러(약 202억 원) 상당의 돈세탁 혐의 등을 모두 부인했다. 매너포트의 변호사인 케빈 다우닝은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판사의 질문에 “(매너포트는) 기소 내용의 강도에 절대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매너포트는 지난해 6∼8월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기 전부터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로비 활동을 하는 대가로 수천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받아 왔다. 미신고된 해외 로비 활동은 미국에서 불법이다. 7월에는 뮬러 특검팀이 그의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자택을 압수수색해 결정적인 증거들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매너포트와 릭 게이츠가 워싱턴 연방대배심에 의해 12개 혐의로 지난달 27일 기소됐다”고 발표했다. 적용한 혐의는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공모와 불법 돈세탁, 불법 해외 로비 활동, 외국 은행과 금융기관 계정의 부적절한 신고 등이다.

역시 캠프 멤버였던 게이츠는 매너포트가 동유럽 정치인과 사업가들로부터 자금을 받는 것을 돕기 위해 키프로스에 회사를 세우고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게이츠 역시 이날 법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두 사람을 가택연금했다. 매너포트에게는 1000만 달러, 게이츠에 대해선 500만 달러의 보석금을 지정했다.

기소 내용에 러시아 연루 의혹이 빠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안타깝다”면서도 “이것은 수년 전에 일어난 일이며 (러시아와) 내통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왜 (당국은 트럼프 비방 ‘X파일’ 제작에 힐러리 캠프가 돈을 댔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기꾼 힐러리와 민주당을 겨냥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 오전에도 트위터에 “가짜뉴스가 초과 근무를 하고 있다. 이미 거짓말쟁이로 판명된 조지란 이름의 어린 하급 봉사자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언론과 수사에 협조하는 파파도풀로스를 동시에 겨냥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특검 해임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은 (뮬러) 특검과 관련해 어떠한 변화를 꾀할 계획도, 의도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파도풀로스의 혐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4월 민주당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등과 관련된 정보를 캐기 위해 러시아 정부와 가까운 한 외국인 교수를 만났다. 특검은 그가 당시 캠프 고위 인사들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자백했고, 현재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특공대가 2012년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영사관 공격 사건의 핵심 용의자인 무스타파 알이맘을 생포했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이 이런 수준의 발표를 직접 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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