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주혁, 한달전부터 심혈관 부담 줄 수 있는 약 복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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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숨진 영화배우 김주혁 씨(45)가 최근 진정 효과가 있는 전문의약품을 복용하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불안, 긴장을 완화시키고 가려움증에도 효능이 있어 널리 쓰이는 약이다. 하지만 신경계나 심혈관계 부작용 탓에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사고 원인으로 약물 부작용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31일 김 씨의 한 지인은 “김 씨가 약 한 달 전부터 A약품을 복용했다”고 말했다. 본보가 확인한 약통에는 겉면에 ‘김주혁’이란 이름과 함께 ‘하루에 한 알씩 복용하라’고 적혀 있었다. 30일 치 약통에는 알약 15정가량이 남아있었다.

이 약은 피부과나 정신과에서 주로 처방한다. 몸에 두드러기가 심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할 경우에 쓰인다. 수술 전후 불안에 따른 긴장감을 낮출 때도 사용하는 등 병원에서 많이 처방하는 약이다. 다만 부작용 가능성 때문에 투약 방식이나 분량 등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졸음이나 두통, 피로 등이다. 드물게 경련과 운동장애, 방향감각 상실 그리고 알레르기로 인한 급성 쇼크인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오기도 한다. 김 씨는 평소 담배를 피웠지만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등 비교적 건강한 편이었다고 한다. 소속사 측은 “김 씨가 앓고 있던 지병이 없으며 복용하던 약도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가 평소 다니던 서울 강남의 B의원도 확인할 예정이다. 김 씨 소속사에 따르면 사고 당시 그는 B의원에서 매니저를 만날 예정이었다. 김 씨는 사고 2시간 전에 해당 의원과 전화했다. 유족 측은 경찰에 B의원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B의원은 피부미용 쪽 진료를 주로 하는 곳이다. B의원 관계자는 “김 씨가 이날 예약 확인 전화만 하고 오지 않았다”면서 “평소 피부 관리 외에는 다른 것을 한 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력한 사인 중 하나로 꼽혔던 심근경색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김 씨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김 씨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머리뼈 골절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1차 소견을 내놨다. 국과수는 다른 심장 문제나 약물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직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과수 관계자는 “정확한 부검 결과는 일주일 정도 후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안전띠 착용 여부는 확실치 않다. 사고 당시 김 씨를 구조했던 소방관들은 김 씨가 안전띠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김 씨에게서 술 냄새도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급발진 등 김 씨 차량의 결함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난 김 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는 사고기록장치(EDR)가 장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DR는 △자동차 주행 시간 △속도 △조작 행위 등이 자동으로 기록되는 장치다. 비행기의 블랙박스와 같다. 경찰은 EDR를 분석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었으나 해당 SUV(벤츠 G63 AMG)는 2014년 제작돼 EDR가 없었다. 국내에선 EDR 장착이 의무가 아니다. 벤츠 차량은 2016년 출고 차량부터 EDR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빈소는 이날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졌다. 빈소에는 연인인 배우 이유영 씨(28)를 비롯해 김 씨가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관계자 등 연예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조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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