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서 시작한 한국생활 고됐지만… 이젠 당당한 다문화 지원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賞]다문화가족 부문

대상 받은 중국 출신 쑨커후이씨, 다문화가족 상담봉사… 대학도 진학
베트남 노레번씨-우즈베크 지요다씨, 이주민 정착 지원 공로 우수상 수상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7회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진호연 군, 김영조, 쑨커후이, 노레번, 후지와라 마유미, 원희영 씨, 다문화 극단 샐러드의 박경주 대표,
 쿠지바예바 지요다 씨, GS스포츠 FC서울의 FOS 한병석 담당.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7회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진호연 군, 김영조, 쑨커후이, 노레번, 후지와라 마유미, 원희영 씨, 다문화 극단 샐러드의 박경주 대표, 쿠지바예바 지요다 씨, GS스포츠 FC서울의 FOS 한병석 담당.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앞으로 다문화가정을 돕는 데 더욱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말하던 쑨커후이 씨(40·여)가 심호흡을 한 뒤 우렁차게 소감을 마무리했다. 3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賞)’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쑨커후이 씨의 소감은 짧고 강렬했다.

올해 7회를 맞은 ‘LG-동아 다문화상’은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한 다문화가족, 그들을 도운 숨은 공로자를 발굴해 격려하는 상이다. 다문화가족상 우수상을 받은 우즈베키스탄 출신 쿠지바예바 지요다 씨(27·여)는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게 쉽지 않은데 이번 상이 큰 위로가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행사엔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이자스민 물방울나눔회 사무총장, 양민정 한국외국어대 다문화교육원장,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주간 등이 참석했다.

남 위원장은 “이젠 ‘다름’이 차별이 아니라 공존으로 이어지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오늘 수상한 분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공존하는 사회로 갈 수 있는 것”이라며 축하했다. 정 장관은 “미래의 소중한 자산인 다문화가족이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대상을 수상한 중국 출신 쑨커후이 씨는 2006년 남편 한종복 씨(45)를 만나 결혼했다. 경기 양평군의 한 폐교에 마련한 신혼집은 겨울이면 코가 얼 정도로 추웠다. 그래도 쑨커후이 씨는 한국에 온 뒤 한 번도 “넌 할 수 없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주변의 한결같은 응원 덕에 2011년부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상담봉사를 할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늘었다. 지난해 한국방송통신대에 입학해 중어중문학과에 다니고 있다. 최근 한 씨가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지만 쑨커후이 씨는 꿋꿋하다. 그는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다문화가족상 우수상을 수상한 노레번 씨(34·여)는 베트남 호찌민대를 졸업했다. 2006년 4월 성희준 씨(43)와 결혼해 진우 군(9), 유진 양(6) 남매를 키우면서 한국어 실력을 갈고닦았다. 2014년 전주대 대학원 행정학과를 수료했고 올해부터 전주대 국제교류원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하며 베트남 유학생들에게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또 다른 우수상 수상자인 지요다 씨는 남편 유의재 씨(31)와 현지의 한국어 학원에서 만났다. 2013년 결혼해 한국에 온 뒤 특기를 살려 다른 다문화가족을 위한 봉사에 뛰어들었다. 아들 기선 군(3)에 이어 한 달 전 둘째 주선 양을 품에 안은 부부는 “최고의 선물”이라며 기뻐했다.

일본 출신 후지와라 마유미 씨(52·여·우수상)는 남편 유태섭 씨(59)가 2008년 지체장애를 얻은 뒤 생계를 도맡았다. 면사무소에서 민원봉사실 복지도우미로 일하며 받은 자활근로 수당으로 아들 승균 씨(20)와 딸 연미 양(18)을 모두 대학에 보냈다. 특별상을 받은 중국 출신 진호연 군(18)은 아버지 이선남 씨(53) 같은 용접 기술자가 되기 위해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다.

행사는 다문화가족 어린이로 구성된 ‘레인보우 합창단’의 축하공연으로 마무리됐다. 다문화가족상 대상과 우수상(3명) 수상자에게는 각 500만 원,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3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대상 수상자에겐 모국 방문 비용도 지원된다. 공헌상 단체 부문 상금은 1000만 원, 개인상은 500만 원이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호경 기자

● 동아 다문화賞 수상자

▽ 가족상

―대상: 쑨커후이 씨 가족(경기 양평군·중국 출신)
―우수상: 노레번 씨 가족(전북 전주시·베트남 출신), 쿠지바예바 지요다 씨 가족(서울 성북구·우즈베키스탄 출신), 후지와라 마유미 씨 가족(전남 고흥군·일본 출신)

▽ 특별상: 진호연 군 가족(충남 천안시·중국 출신)

▽ 공헌상 개인

원희영 씨(이주 여성 상담사·베트남 출신), 김영조 씨(다문화가족 방문교육지도사)

▽ 공헌상 단체

사회적 기업 샐러드(다문화 극단), GS스포츠 FC서울(다문화 어린이 축구교실)
#다문화가족#lg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