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혜택은?” “부모님이 이상해요”… 하루 상담 건수 300건→540건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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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국가책임제’ 한달… 치매상담콜센터 현장 가보니
2013년 설립 치매전문 상담기관
상담사 24시간 상주 ‘국내 유일’… 정보안내부터 심리상담까지 ‘척척’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치매상담콜센터에는 상담사 30여 명이 24시간 교대하며 근무한다. 이들 책상에는 상담 매뉴얼부터 치매 예방에 좋은 음식까지 치매 관련 자료들이 빼곡하다. 성남=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치매상담콜센터에는 상담사 30여 명이 24시간 교대하며 근무한다. 이들 책상에는 상담 매뉴얼부터 치매 예방에 좋은 음식까지 치매 관련 자료들이 빼곡하다. 성남=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에 사는 김성모(가명) 씨에게 이번 추석은 ‘악몽’ 같았다.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는 별 이유 없이 어머니에게 욕을 하고 손찌검을 했다. 점차 수위가 높아져 연휴 마지막 날 어머니는 다른 가족의 집으로 피신했다. 치매가 의심됐지만 아버지는 병원 진료를 완강히 거부했다. 결국 김 씨는 연휴가 끝난 뒤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로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국내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지만 막상 치매에 걸리면 환자나 가족 모두 막막함을 호소한다.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보건복지부는 2013년 12월부터 중앙치매센터 산하에 치매상담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112, 119처럼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치매 상담 기관은 이곳이 유일하다.

추석 연휴 때 찾은 경기 성남시 치매상담콜센터에선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상담사들은 지인과 대화하듯 30분 넘게 상담을 이어갔다. 최고참인 전문상담사 은보경 씨는 “치매 환자의 증상과 원인, 과거 경험에 따라 맞춤형으로 상담해야 한다”며 “상담이 1시간을 넘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자정을 넘긴 시간 치매상담콜센터 전화벨이 울렸다. “나 죽을 거야!” 술에 취한 ‘익숙한’ 목소리였다. 며칠 전에도 센터로 전화를 건 그 할아버지였다. 그는 치매에 걸린 아내를 홀로 돌보면서 밤마다 술에 취해 자살 충동을 호소했다. 간호사 출신 전문상담사 김희정 씨는 “집 주소를 이미 알고 있어 바로 경찰에 출동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상담사는 30여 명이 3교대로 근무한다. 치매 환자와 가족의 심리 상담부터 긴급 상황 대응까지 이들의 몫이다.

18일 치매상담콜센터에 따르면 8월 하루 평균 300건 미만이던 상담 건수는 540건(10월 둘째 주 기준)으로 급증했다. 통상 명절 직후 부모의 치매를 의심하는 상담 문의가 집중하는 데다 문재인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 발표 이후 관련 문의가 크게 늘었다. 지난달 18일부터 30일까지 약 2주간 치매국가책임제 관련 문의는 187건으로, 이 중 104건(55.6%)이 경제적 지원 문의였다. 이어 ‘치매안심요양병원’ 관련 문의가 29건(15.5%)으로 뒤를 이었다. 치매 환자와 가족이 가장 원하는 건 경제적 지원과 믿고 맡길 시설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혜택이 부족하다” “절차가 복잡하다”와 같이 불만을 토로하는 전화도 적지 않았다. 본인부담금 10% 혜택은 중증 치매 환자 약 24만 명만 받을 수 있다. 전체 치매 환자(71만 명) 10명 중 3명꼴이다. 이마저도 증상이 덜 심하면 최대 6개월 동안만 혜택을 받는다. 가장 부담이 큰 간병비는 기존대로 전액 본인이 내야 한다.

상담사 은 씨는 “치매 상담을 하면서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낄 때 가장 힘이 든다”며 “그래서 치매국가책임제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치매국가책임제가 사각지대 없이 잘 시행돼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남=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치매국가책임제#상담#치매상담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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