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문화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 우리에게 또 다른 영감 되길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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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업계의 문화예술 후원

제26회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호재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왼쪽 두 번째)이 수상 트로피를 들고 몽블랑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26회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호재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왼쪽 두 번째)이 수상 트로피를 들고 몽블랑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옥션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독일 명품 브랜드 몽블랑의 로고가 곳곳에 새겨진 행사장 풍경에 언뜻 제품 설명회로 착각할 뻔한 현장에선 ‘제26회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었다.이날 몽블랑은 2017년 수상자로 이호재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을 선정했다. 이 회장이 서울옥션과 재단을 통해 한국 미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내 신진 작가의 작품 활동을 꾸준히 지원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에릭 에더 몽블랑코리아 지사장은 “이 회장이 한국 예술가를 해외에 소개하는 중계자 역할을 잘 수행해 왔다”면서 “사적 이익과 상관없이 예술가나 그들의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후원한 것이 결정적 수상 이유”라고 밝혔다. 수상 직후 이 회장은 “젊은 작가들을 조명하고 그들을 지원하는 것이 한국 미술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문화와 예술이 이 사회에서 갖는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모아져 더 많은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몽블랑은 이날 상금 1만5000유로와 특별 제작된 ‘시피오네 보르게세 에디션’ 만년필을 이 회장에게 수여했다. 올해 제작된 수상자 펜은 17세기 로마 바로크 예술의 열렬한 후원자이자 세계적인 아트 컬렉터로 명성을 떨친 시피오네 보르게세의 수집품과 저택 등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 몽블랑은 매년 수상자를 위해 만년필을 특별 제작하고 있다. 이 회장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과 평창문화포럼에 상금을 전액 기부했다.
지난해 열린제16회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정금형 작가.
지난해 열린제16회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정금형 작가.

몽블랑은 1992년부터 세계 각국의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해 온 후원자들을 선정해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주고 있다. 올해는 한국을 포함해 브라질, 중국, 콜롬비아, 독일, 스위스, 영국, 미국 등 17개국이 참여했다.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시상식은 올해로 26회째를 맞았다. 역대 수상자로는 영국 찰스 왕세자를 비롯해 이탈리아 유명 건축가 렌초 피아노 등이 있다. 국내에선 2004년 박성용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처음 수상했다. 이후 이운형 국립오페라단 초대 이사장,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등 2006년을 제외하고 매년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든 수상자는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상금을 기부했다. 몽블랑 문화재단 주관하에 각 참여 국가별 3명의 심사위원이 3명의 수상후보자를 정한다. 이후 국가별로 구성된 국제 심사위원단의 투표를 통해 최종 수상자를 결정짓게 된다.

몽블랑은 왜 문화예술 후원에 매달릴까. 문화예술에 대한 몽블랑의 이 같은 행보는 문화예술과 명품이 예술적 측면에서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몽블랑코리아 관계자는 “필기문화를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해 온 몽블랑이 문화와 예술에 관심을 갖는 일은 당연하다”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은 단순 지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를 제공해 준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이 발전할수록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제품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몽블랑 문화재단 샘 바더윌 공동 이사장은 “예술을 사랑하는 순수한 열정과 자발적인 노력들이 모여 오늘날 문화예술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면서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지원해 준 후원자를 조명하는 행사를 통해 수상자의 열정이 다음 세대 젊은이들에게 전해지고 그들에게 또 다른 영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명품업계의 후원은 생각보다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에르메스재단은 2000년 한국의 창의적인 젊은 작가 발굴을 목표로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을 만들었다. 2008년부터는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올해 시상식에선 비디오 사운드 설치작업을 주로 하고 있는 오민 작가가 선정됐다. 수상자는 지난해부터 도입한 새로운 방식에 따라 예술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 넉 달간 체류하며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이어 오 작가는 내년 9월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게 된다. 기존에는 매년 3인의 후보가 전시를 통해 작품을 선보인 뒤 심사위원들이 최종 수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이었다. 2015년부터는 격년제로 진행되며 10명의 후보자 중 심사위원 인터뷰 등을 통해 1명을 최종 선정한다. 2000년 시작한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은 지금까지 장영혜, 김범, 박이소, 서도호, 박찬경, 구정아, 장민승, 정금형 작가 등을 수상자로 배출했다. 에르메스코리아 관계자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디스플레이하는 모든 과정에서 예술작가들이 참여한다”면서 “작가들을 지원하고 발굴하는 것은 우리에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고 브랜드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명품업계의 문화예술 후원은 유럽 선진국 등에선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와 같이 신진 작가들을 후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정 문화재 보존이나 미술관 지원에 직접 나서기도 한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는 최근 로마에 있는 보르게세 미술관에 대한 후원을 시작했다. 로마에 본사를 둔 펜디는 대표적 명소인 트레비 분수 보수작업에 200만 유로(약 270억 원)를 쾌척하는 등 문화 예술 후원에 앞장서고 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몽블랑#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에르메스#에릭 에더 몽블랑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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