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까지 ‘후분양’ 도입땐 분양가 3~7% 상승 전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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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공주택부터 단계 적용

정부가 아파트를 지은 뒤 분양하는 후(後)분양제 도입을 다시 추진하기로 하면서 주택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현재 선(先)분양에 맞춰진 건설사의 주택사업 구조, 소비자들의 분양자금 조달 방법 등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는 공공아파트부터 단계적으로 후분양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8·2부동산대책에 따른 각종 규제에 후분양제 부담까지 겹친 민간 건설사의 우려가 크다. 민간 아파트에도 후분양제가 의무화될 경우 건설사가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자금이 연평균 40조 원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한 후분양제 다시 도입

1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와 LH는 공공주택에 후분양제를 도입하기 위한 로드맵 마련에 착수하기로 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12일 국정감사에서 “공공 부문에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민간에도 후분양제를 유도하는 ‘후분양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후분양제는 아파트를 짓기 전에 분양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건설 공정이 80% 이상 진행됐을 때 입주자를 모집하는 제도다. 현행법 체계에서 선분양이나 후분양이 의무화된 건 아니지만 일부 미분양 물량을 제외하면 선분양이 보편적인 분양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선분양제가 분양권 전매를 통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건설사들이 사업 위험을 과다 평가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같은 인식 때문에 노무현 정부는 2003년부터 후분양제 도입 의무화를 추진했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중단됐다.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어느 정도 지어진 아파트를 보고 계약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고 건설사 부실 시공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분양권 전매 투기를 차단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거래된 분양권만 약 29만 건, 약 99조 원이었다.

○ “후분양 의무화 때 연간 10만 채 공급 감소”

문제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선분양제에서는 소비자들이 계약금, 중도금, 잔금 형태로 분양대금을 2, 3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다. 하지만 후분양제에서는 한꺼번에 수억 원의 목돈을 마련해야 해 내 집 마련에 따르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건설사들도 완공 때까지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받을 수 없어 공사비를 모두 자체 조달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공사비를 조달하는 금융비용 등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사업성이 악화된 건설사가 분양을 미뤄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국토부 장기주택종합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연평균 38만6600채를 건설하는 경우 후분양을 실시하면 건설사가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자금이 연평균 35조4000억∼47조3000억 원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로 인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건설사가 분양을 미뤄 연평균 10만 채 안팎의 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분양가도 3∼7%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정부는 민간 부문에서 후분양을 실시하는 건설사의 대출 보증 지원, 공공택지 우선 공급 등의 인센티브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후분양제 도입 방향은 맞지만 민간 부문까지 적용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며 “프로젝트 파이낸싱 같은 개발금융을 다양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분양가#후분양#민간#공공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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