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혁신가 세종대왕 옆엔 조언자 황희가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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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조정자들/김준태 지음/336쪽·1만5000원·교보문고

조준 하륜 황희 허조 신숙주 정광필…. 책은 탁월한 조정 능력을 가졌던 2인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덕을 갖췄지만 우유부단했던 유비에게는 책략가 제갈공명이 있었고,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에겐 성실한 관리자 팀 쿡이 있었다. 또 이들은 최고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2인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했다. 책은 1인자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조정자의 역량과 자질을 제시한다.

저자는 황희를 조선시대를 통틀어 조정 능력이 가장 뛰어났던 재상으로 꼽는다. 19년 동안 재임한 황희는 세종대왕의 혁신적 리더십에 맞춰 실현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조언을 했다. 세종이 황희의 의견을 많이 따랐기 때문에 국가사업을 안정적이고 매끄럽게 추진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남인과 서인이 극렬하게 대립했던 숙종 시절 남구만은 정치 보복을 없애기 위해 온건한 입장을 견지했다. 정치적으로 패배한 반대파를 석방하라고 왕에게 진언을 하는 ‘포용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실패한 2인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어 흥미롭다. 선조 시절 정철은 반대파를 무리하게 탄압하다 스스로 실각했다. 결과적으로 조선 조정이 임진왜란 앞에서 하나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한 데에도 책임이 있다. 조선 마지막 영의정인 김홍집도 친일파와 친러파 대립을 조정하지 못해 ‘매국노’라는 오명을 쓰고 길에서 백성들에게 맞아 죽었다.

동양철학을 전공했고 조선시대 철학에 조예가 깊은 저자가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각종 문헌을 토대로 풍부한 사례를 제시해, 색다른 관점에서 역사를 감상할 수 있는 책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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