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떨게한 붉은불개미… 곤충 세계선 전투력 ‘하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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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통증-번식으로 알아본 곤충 전투력

국내에서 지난달 28일 처음 발견된 붉은불개미는 독성을 지녀 사람과 동식물에게 해를 끼친다. 하지만 곤충의 세계에서는 그보다 독성이 강한 종이 많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국내에서 지난달 28일 처음 발견된 붉은불개미는 독성을 지녀 사람과 동식물에게 해를 끼친다. 하지만 곤충의 세계에서는 그보다 독성이 강한 종이 많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추석 연휴를 목전에 둔 지난달 28일. 부산 감만항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살인개미’란 별명을 가진 붉은불개미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다. 맹독성인 붉은불개미는 강한 독성물질을 몸속에 지녀 날카로운 침에 찔릴 경우 심한 통증과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꼭꼭 숨은 붉은불개미와 여왕개미를 찾기 위한 11일간의 숨바꼭질 소동 끝에 정부는 붉은불개미가 모두 사멸한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정부는 ‘북미에선 한 해 평균 8만 명이 붉은불개미에 쏘이고, 이 가운데 100여 명이 사망한다’는 설명을 붙이며 위험을 경고했다. 하지만 붉은불개미의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에선 붉은불개미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4명 이하라는 기록도 있다. 붉은불개미 정부합동조사단에 참여한 류동표 상지대 산림과학과 교수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물릴 경우 치명적일 수 있으나 붉은불개미의 독성은 국내에 서식하는 꿀벌, 말벌보다 약해 사망 위험은 낮다”고 말했다.

실제로 붉은불개미의 독성은 어느 정도일까. 독성은 동물에게 독을 주입한 뒤 절반이 사망에 이르는 데 필요한 독의 양을 의미하는 반수치사량(LD50)으로 평가한다. 가령 쥐 10마리 중 절반인 5마리를 죽이는 데 얼마나 많은 양의 독이 필요한지 계산하는 것으로, 양이 적을수록 치명적이다. 붉은불개미의 독으로 1kg짜리 쥐 반수를 죽이려면 마리당 8mg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붉은불개미는 300번 이상 쥐를 찔러야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을 가진 곤충은 노란수확기개미(yellow harvest ant)로 반수치사량은 0.12mg이다. 붉은불개미보다 66배가량 강한 독을 가진 것으로, 1kg짜리 쥐를 6번 쏘는 것만으로 죽게 할 수 있다. 로노미애벌레(lonomia caterpillar)가 0.19mg으로 그 뒤를 잇는다. 종이말벌(paper wasp)은 2.4mg, 노란재킷말벌(yellowjacket)은 2.8mg 등이다. 국내에 서식하는 곤충 중에선 장수말벌(japanese giant hornet)의 반수치사량이 1.6mg으로 가장 높다.

붉은불개미에 쏘이면 순간적으로 불에 덴 듯한 통증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붉은불개미가 쏘는 아픔은 다른 공격성을 가진 곤충들 중 하위권에 불과하다. 저스틴 슈밋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원은 150여 종의 각기 다른 곤충에 직접 자신의 몸을 쏘여가며 ‘슈밋 고통지수’를 제작했다. 그는 2015년 이 연구를 통해 괴짜 연구를 한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이그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슈밋 고통지수는 1(덜 아픔)∼4(매우 아픔)의 척도로 고통의 정도를 분류했다. 붉은불개미에 쏘이는 아픔은 고통지수 1에 속한다. 고통지수 4에 속하는 곤충은 두 종으로 타란툴라호크(tarantula hawk)와 총알개미(bullet ant)다. 슈밋 연구원은 “타란툴라호크에 쏘이면 목욕 중이던 물 속으로 헤어드라이기가 빠져 감전되는 느낌, 총알개미에 쏘이면 길이 8cm의 못이 뒤꿈치에 박힌 상태에서 숯불 위를 걷는 것과 같은 고통이 느껴진다. 벌에 쏘인 것보다 150배가량 통증이 심하다”고 평가했다.

감만항에 찾아온 붉은불개미의 공포를 키운 건 뛰어난 번식력이다. 서식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붉은불개미는 하루 1500개의 알을 낳는다.

아프리카에 사는 병정개미(soldier ant)는 25일 동안 300만∼400만 개의 알을 낳는다. 하루 평균 14만 개의 알을 낳는 것이다. 반면 일생 동안 10개 미만의 알을 낳는 소산(小産) 곤충도 있다. 이파리(Hippobosca variegata)는 일생 동안 평균 4.5개의 알밖에 낳지 않는다.

한바탕 소동이 끝난 감만항은 평소로 돌아갔다. 하지만 여왕개미의 사체는 아직 발견하진 못한 만큼 여왕개미가 땅 속 어딘가에 숨어 잠들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붉은붉개미가 분포하는 다양한 국가의 유전 정보를 모아 정밀한 유입 경로를 조사할 계획이다. 붉은불개미로 의심되는 개미를 발견할 경우 농림축산검역본부 신고센터(054-912-0616)로 신고하면 된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슈밋 고통지수#부산 붉은불개미#곤충 전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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