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양 만나” 모친 말 듣고도… 14시간뒤 찾아간 경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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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집 방문 초동수사 부실 논란… 경찰서장에 실종사실 늑장보고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의 여중생 살인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피해자 김모 양(14)이 이영학의 딸과 만난 사실을 경찰이 뒤늦게 알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범행 장소 파악이 늦어진 탓이다. 관할 경찰서장 보고 시점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이 김 양 어머니로부터 “딸이 이 양과 만났다”라는 말을 들은 건 1일 오후 9시. 하지만 경찰은 2일 오전 11시경 이 양 집을 찾았다. 집은 비어 있었다. 경찰은 주변 탐문을 벌였다. 김 양이 이 양 집을 찾았고 지난달 이 양 어머니 최모 씨(32)가 투신한 사실 등을 파악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9시 사다리차를 동원해 이영학의 집에 진입했다. 하지만 김 양은 이미 살해돼 시신이 옮겨진 뒤였다. 이때까지도 경찰은 김 양이 강력범죄의 희생자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관할 중랑경찰서장은 김 양의 실종 사실을 4일 오전에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수사팀이 꾸려진 날이다. 예규에 따르면 실종아동 신고를 접수하면 경찰서장이 현장출동 경찰관을 지정해야 한다.

실종신고 직후 경찰의 움직임도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20분경 실종신고 후 경찰은 “오후 11시 30분부터 1일 오전 2시까지 망우 사거리 일대 PC방과 노래방 찜질방 등을 집중 수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보가 12일 0시를 전후해 망우 사거리 인근 PC방과 노래방 등 40곳을 직접 확인한 결과 “경찰이 김 양을 찾으러 방문했다”고 답한 곳은 5곳에 그쳤다. 30곳은 경찰이 찾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머지 5곳은 “모른다”고 답했다.

이영학의 집에서 400m가량 떨어진 한 편의점 직원은 “경찰이 온 적은 없지만 ‘김 양을 찾는다’는 친구들이 왔다”고 말했다. 김 양 친구들은 편의점 직원에게 “담당 수사관이 배정이 안 돼 우리가 나섰다”고 말했다. 실제 김 양을 찾아 나섰던 친구 A 양(14)은 1일 오전 10시경 이 양으로부터 “김 양을 만났다”는 말을 들었다. 경찰보다 약 11시간가량 앞선 것이다.

김예윤 yeah@donga.com·권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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