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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마약 LSD 투약 열흘뒤 모친 환각살인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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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마약 LSD 투약 열흘뒤 모친 환각살인 무죄

지명훈 기자 입력 2017-10-13 03:00수정 2017-10-1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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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인 300배 환각효과 LSD 복용, 흉기 휘둘러 이모까지 해친 20대
2심서 “심신상실” 살인혐의 무죄
지난해 8월 21일 오후 4시 34분경 대전 유성구의 한 아파트. A 씨(20)가 갑자기 부엌에 있던 흉기를 들고 거실에 있던 어머니(52)와 이모(60)에게 휘둘렀다. 온몸을 흉기에 찔린 두 사람은 결국 숨졌다. 함께 있던 아버지는 방으로 피신한 뒤 문을 걸어 잠갔다. 그러고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출동한 경찰까지 폭행했다.

조사 결과 그는 사건 열흘 전 대전의 한 여관에서 친구가 건넨 마약을 2회 투약했다. 입안에 넣고 혀로 녹이는 종이 형태의 LSD였다. LSD는 가장 강력한 환각제로 알려졌다. 효과가 코카인이나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의 최대 300배에 이른다. A 씨는 존속살해와 살인, 공무집행방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차문호) 심리로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존속살해와 살인,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마약류관리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했다. 올 2월 열린 1심 재판 때는 모든 혐의가 인정됐다. 형량도 1심 때 징역 4년에서 2년으로 줄었다. 그 대신 재범 가능성 탓에 치료감호 처분을 함께 받았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A 씨 상태를 ‘심신상실’로 판단했다. A 씨가 LSD 때문에 사물 변별 및 의사결정 능력을 완전히 잃었다는 것. 형법 제10조 제1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LSD 복용으로 피해망상과 환각, 비현실감 등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났다”며 “적절한 치료가 없는 상태에서 악화와 완화가 반복되다 범행 당시 극도로 악화돼 선악과 시비를 구별하거나 행동을 통제할 능력이 상실된 상태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1심 때도 이런 상태를 감안했지만 ‘심신미약’ 정도로 판단했다.

미국에서는 LSD를 투약한 살인사건 피고인에게 가끔 무죄 판결이 내려진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LSD를 투약하면 강한 환각뿐 아니라 우울과 불안, 공포, 판단 장애 등이 나타난다. 특히 다른 마약에 비해 1회 투약 효과가 오래가고 수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서까지 잠재했다가 갑자기 환각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이를 ‘환각제 지속성 지각장애’라고 말한다.

수사 초기 A 씨 진술을 살펴보면 사건 당시 그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보인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집 안 전체에 여러 목소리가 들렸고 그 목소리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와 이모를 찌르는 순간이 기억은 나는데 로봇으로 생각돼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이후 저절로 내 몸이 어머니와 이모를 찔렀다”고 진술했다.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LSD를 투약한 뒤 범행을 저지를 수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대전고법 허승 공보판사는 “이번 판결은 피고인의 특수성이 반영된 판결로 보인다. A 씨는 전과도 없고 모범적으로 생활했으며 범행 전 피해자들과 매우 사이가 좋았다. 마약을 복용하고 범죄를 저질러야겠다는 인식조차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A 씨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 친인척과 매우 화목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외국인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미국 명문대 입학허가를 받고 출국을 앞둔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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