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들개… 중성화 시술로 막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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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재개발예정지 반려견 대상

북한산에 서식하는 들개 무리. 주로 재개발지역 원주민이 떠나면서 버린 반려견이 야생화한 것이다. 서울시 제공
북한산에 서식하는 들개 무리. 주로 재개발지역 원주민이 떠나면서 버린 반려견이 야생화한 것이다. 서울시 제공
5월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주택가 근처에서 크기가 1m에 육박하는 개 15마리가 서로 물어뜯는 살벌한 광경이 벌어졌다. 각각 9마리, 6마리의 들개 무리가 벌인 영역싸움이었다. 이들을 포획하기 위해 출동한 방기정 야생동물생태연구소 포획팀장은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우두머리 들개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도망가는 상대 무리를 끝까지 쫓아가 물어 죽인 그놈은 반려견 흔적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야수(野獸)였다”고 말했다.

○ 포획만으론 한계…사전 차단 첫 시도

서울 시내에 서식하는 들개는 대개 유기견이 야생화(野生化)한 것이다. 2011년경부터 주로 재개발지역에서 더 이상 큰 개를 키울 여건이 안 되는 원주민이 버린 개들이다. 북한산 등으로 들어간 이들은 번식으로 개체 수를 빠르게 늘렸다. 올 초 100여 마리로 추정되던 시내 들개는 지난달 말 기준 167∼172마리로 늘어났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꾸준히 포획 작업을 벌이지만 번식 속도를 쫓아가지 못한 탓이다.

서울시가 재개발 예정 지역 주민들이 기르는 대형 반려견을 중심으로 사전 차단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은평구 갈현1구역과 불광5구역, 노원구 백사마을, 관악구 신림2, 3지역 등 재개발 예정 지역에서 키우는 반려견 200여 마리를 동물등록하고 중성화 시술을 할 계획이다. 집집마다 찾아가 소유주를 설득해 동의를 얻어 무료로 시술한다.

들개는 법규상 유해조수(鳥獸)가 아닌 유기(遺棄)동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사살할 수 없다. 마취총을 쏘는 게 거의 유일한 방법이지만 재빠른 놈들이라 맞히기 어려운 데다 비용도 많이 든다. 포획 후 뒤처리도 골칫거리다. 대형 들개 역시 일반 유기견처럼 입양을 기다리다 안락사 시켜야 하지만 사실상 입양하려는 사람이 없어 세금만 들어간다. 시 관계자는 “기존 포획만으로는 들개 증가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유기견이 들개로 변신하는 것을 사전에 막아보자는 첫 시도”라고 설명했다.

○ 멧돼지보다 위협적

들개는 사람을 단순히 위협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5월 성동구 달맞이봉공원에서 잡은 들개 무리 7마리는 그전까지 주민 두 명을 물었다. 앞서 3월 은평구에서도 연신내역 근처까지 내려온 들개가 행인을 물어 상처를 입혔다.

빠르게 야생화한 들개는 덩치를 키우고 공격성을 더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통상 사람이 기르는 진돗개는 가장 큰 놈이 몸무게 15kg 정도지만 들개 중에는 20kg이 넘는 것도 많다. 높은 지능도 위험 요소다. 은평구는 2012년 포획틀로 들개 28마리를 잡았지만 2013년부터는 한 자릿수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포획틀에 한 마리도 걸려들지 않았다. 은평구 관계자는 “포획틀이 위협이 된다는 점을 예상보다 훨씬 빨리 들개들이 알아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해조수로 분류된 멧돼지보다 들개가 훨씬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방 팀장은 “겁이 많은 멧돼지는 위협을 받지 않는 이상 먼저 공격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오로지 먹이 때문에 민가로 내려온다. 하지만 들개는 자기 무리의 구역을 순회하면서 침범한 상대방이 약해보이면 먼저 공격한다”고 설명했다. 멧돼지는 상대를 들이받아 제압하는 정도지만 들개는 목을 물어 죽이는 것도 다른 점이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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