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질병 예방… 건강관리 보험 나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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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장 “인슈어테크 활성화”

민간 보험사가 가입자의 건강정보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보험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건강관리형 보험상품 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로 했다. 건강 상태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상품들이 나오면 이를 통해 보험사는 가입자의 건강관리에 관여할 수 있다. 보험업계의 숙원 과제였던 건강관리(헬스케어) 업종 진출의 교두보가 마련되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2일 ‘보험회사 CEO 및 경영인 조찬 세미나’에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슈어테크’인 건강관리형 보험 상품을 활성화하겠다”며 “이런 보험 상품이 헬스케어 산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의 마중물이 돼 일자리 창출, 창업 활성화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슈어테크는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을 합친 말로, 보험 산업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을 접목해 소비자 맞춤형 상품을 내놓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사가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하면 일단은 가입자와 보험사에 ‘윈윈’이다. 가입자는 보험료를 절약하기 위해 스스로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게 되고, 보험사는 보험금 지출을 막을 수 있어 손해율이 낮아진다. 지금까지 보험이 고객의 치료비를 사후에 보전하는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빅데이터, AI 등을 활용해 질병을 예방하는 기능마저 하게 된다. 보험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셈이다.

해외에서도 보험사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헬스케어 산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건강이 개선되면 보험료를 깎아주거나 포인트를 제공하는 서비스 등은 이미 해외 보험사들에 보편화돼 있다. 라이나생명의 모회사인 미국 시그나그룹은 체중,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등으로 건강위험도를 평가한 뒤 고객을 4단계로 구분해 관리한다.

2014년 466억 달러(약 53조 원) 수준이던 세계 스마트헬스케어(첨단기술을 활용한 건강관리 서비스) 시장은 2022년엔 2255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PWC 건강연구원에 따르면 당뇨 환자를 위한 모바일 건강관리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환자당 치료비가 연간 최대 1만 달러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보험사가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이 높다. 특히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국내 대형병원 관계자는 “국가의 의료비용을 줄이는 데는 기여할 수 있겠지만 개인 건강정보 유출이 우려되고 의료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 건강관리를 민간에 너무 의존할 경우 저소득층이 의료 서비스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험사가 의료인 없이 고객 건강관리 서비스를 할 경우 어디까지를 의료 행위로 보고, 어디까지를 건강관리 서비스로 봐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커지자 보험금 청구기록, 개인 생체정보의 외부 유출을 철저히 막는 등 안전장치를 걸어 놨다”며 “다만 불필요한 규제는 지속적으로 줄여서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min@donga.com·강유현·김윤종 기자
#빅데이터#건강관리#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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